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를 눈앞에 두고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임명하며 윤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띄웠다. 사실상 윤 총장 징계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윤 총장도 지난 1일 직무 복귀를 하자마자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월성원전 감사방해’ 의혹 수사 지휘에 나섰다. 새 법무차관 임명 7시간만인 2일 오후 9시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감사 방해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총장 직무 복귀 하루 만에 이뤄진 정권 관련 수사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상황극이 펼쳐진 것이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핵심공약인 탈원전 정책과 직결된 월성원전 1호기 관련 검찰 수사를 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해온 점으로 볼 때 청와대와 검찰 간의 대결이 4일 징계위의 결정에 따라 ‘권력기관의 막장극’이 펼쳐지게 됐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배수진을 친 윤 총장 징계위원회 위원(7명)들은 추 장관이 추천해 지명한 사람들로 구성돼 징계 안건을 처리한다. 대한민국 검찰 역사에 깊은 상흔을 남길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오늘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과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에 반기를 든 전국의 고·지검장과 59개 검찰청 평검사 전원을 비롯해 법조계가 초미의 관심사로 이를 지켜볼 것이다. 지난 30일 징계위원회 위원장인 고기영 법무차관이 “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려선 안 되고 참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사표를 던졌다. 법무부의 2인자로서 추 장관을 보좌했던 고 차관까지 직을 걸고 ‘반기’를 든 샘이다. 이에 앞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공석이 된 법무차관에 신임 차관을 재빨리 임명 함으로서 그동안 추·윤 갈등에 침묵해 온 문 대통령의 복심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 조치로 해석된다. 그만큼 징계위 개최 사안이 급박했다는 징표다. 전날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 등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예상 밖의 결과에 청와대와 여권이 당혹감에 빠졌으며 “여기서 검찰에 밀리면 끝장이며 공수처도 물 건너간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상황이 됐다. 마지막 카드인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때문에 공석이 된 당연직 징계위원인 새 법무차관을 제대로 검증도 없이 부랴부랴 임명을 하게 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개입으로 자칫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고 대통령의 재가 수순이 현실화하면 문 대통령은 그 후폭풍을 전면에서 맞아야 한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 내쫓긴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존재감이 커지게 되고 또한 윤 총장이 불복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런 시나리오가 될 경우 소송 과정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생중계되면서 또다시 윤 총장사태가 모든 국정을 뒤덮을 공산이 크다. 지난 2일 여론조사 기관인 알앤서치가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24.5%로 타후보를 모두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윤 총장이 추 장관과 여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을수록 국민들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는 형세다. 3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도 현 정부 들어 최저치인 37.4%로 나왔으며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의 지지도가 28.9%로 국민의힘(31.2%) 밑으로 떨어졌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반추(反芻)해 볼 시점을 맞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