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거대 여당의 독주는 현재진행형이다. 출발은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이다. 이후 35조 규모의 제3차 추경안,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인사청문 보고서, 「임대차 3법」, 「부동산 증세법」 등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팔로 미’(follow me)를 외친다. 지지자들은 “아직도 목마르다”라고 하면서, 민주당의 질주를 주문한다. 국민의힘은 입법부 독재라는 명분으로 저항하지만, 174 : 103석이라는 의석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결의 원리를, 국민의힘은 소수에 대한 배려를 근거로 내세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면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이념이자 정치체제다”그렇다면 다수는 어떻게 정당성을 얻고, 소수는 어떻게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켜야 할까?

정당은 권력획득을 위해 결성된 결사체다. 정당의 기반은 이념과 노선이다. 부분을 의미하는 party가 정당을 지칭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이념이나 노선은 확실하게 어느 한쪽을 지향한다. 당원이나 지지세력도 특정한 이념, 지역, 계층으로 구성된다. 정당은 세를 규합하기 위해, 소멸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하는 등 문호를 개방한다. 선거에서 이념과 노선에 부합되는 공약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 승리하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며, 패배하면 야당의 역할을 하면서 차기를 기약한다. 유권자는 한 정당에 과도한 승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일당 독재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고로 민주당 계열에 전체 의석의 3/5인 180석을 안겨준 21대 총선은 보편적 결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복지주의를 지향한다. 그러나 이념적 차이로 범위와 속도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바라다트(Leon P. Baradat)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대입하면, 민주당은 온건과 자유 사이에 존재한다. 온건은 점진적이고 가벼운 변화, 자유는 부분적이고 빠른 변화를 추구한다. 국민의힘은 보수와 반동 사이에 위치한다. 보수는 가볍고 표면적 변화, 반동은 구세대로의 회귀를 원한다. 두 정당 모두 자신이 선(善)이라고 주장하지만, 둘 다 결점이 있다. 빠른 변화에 집착하면 법제화가 뒤를 받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행착오가 발생한다. 현상 유지에 집착하면 사회가 정체된다. 민주당이 변화를 추구하고 국민의힘이 범위와 속도를 조절해야, 국가와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입법독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7월 30일 집값과 전셋값을 잡겠다고 ‘임대차 3법’으로 명명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집값뿐만 아니라 전·월세 가격의 폭등을 불러왔다. 8월 4일 과세 형평성과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부동산 증세 3법’으로 불리는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중산층 이상에게 징벌적 과세를 불러왔다. 국회에서 법안 통과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그만이다. 103석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질주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국정원법」「경찰법」개정안 등을 12월 9일까지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역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범위를 조절하고 속도를 늦출 힘이 없다.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법안에서, 시행착오와 법제화 미비는 계속될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수결에 얽매인 결과다. 다수결은 민주주의라는 명제를 성립시키는 여러 조건 중 하나, 즉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전체주의의 상징인 스탈린과 히틀러도 다수결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성립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소수에 대한 존중이다. 소수의 의견을 소수의 비율만큼 다수가 받아들이면 민주주의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의 주장을 의석수나 지지율만큼, 민주당이 입법에 반영하는 것이 충분조건이다. 설득하든,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든, 읍소하든 국민의힘이 자신의 주장을 입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의 단독 입법은 독재이며, 여기에 끌려다니는 국민의힘도 독재의 동조자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