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 R&D 인프라 활용 방안은

경북일보는 올해 창간 30주년 기념 특집으로 ‘우리 지역 과학 인재, 대한민국 이끈다’를 연중 기획, 진행했다.

포항 소재 경북과학고 졸업생 출신으로 다양한 과학 연구·사업 분야 일선에서 맹활약 중인 40대 젊은 과학 인재들의 연구 업적, 학창 시절, 삶의 경험담 등 소중한 조언을 다수 들었다. 특히 △경북·대구 지역 발전을 위해 보유한 과학 R&D 인프라 활용 방안 및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기초과학과 융합 과학 연구를 꽃피울 수 있을지 핵심적으로 꼭 물었다. 다음의 그 답을 엮어 보았다.



△김호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부교수(1기)=세포막단백질연구소, 4세대 가속기 XFEL Bio Open Innovation Center(BOIC),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저 또한 포항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해 많은 연구를 수행해 왔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더욱 번창해 잘 되길 기원한다.



△김정희 이파피루스 대표(1기)=포항은 R&D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등 장점이 많다. 다만 포항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는 좋은 직원을 구하기 힘들다. 교육 또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이 이유겠지만 참 쉽지 않은 문제다. KTX가 개통되면 지방을 발전시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빨대 효과로 수도권에 집중되는 점만 봐도 그렇다.



△조일환 명지대 전자공학과 교수(1기)=포항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포스텍을 비롯해 방사광 가속기가 구비 돼 있다. 저 또한 극한 환경의 반도체 소자 개발을 위해 방사광 가속기 활용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반도체 분야에 필요한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구과학기술원(DGIST) 시설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 자원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선 해당 연구과제의 도출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융합 과학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문화가 확대되면 좋겠다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다. 석사과정 시절 잠깐 관심을 가졌던 탄소나노튜브의 기술의 경우 우리나라는 몇 년 후 유행이 지나면 해당 분야 연구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외국의 경우 10년 넘게 연구비를 투자받아 다양한 결과를 내는 것을 학회에서 본 적이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후속연구 형태로 장기간 지원받는 과제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연구를 투자한 분야마다 대단한 성과를 얻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문화가 든든히 뿌리내린다면 원천기술과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 더 얻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인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서 큰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뜻 있는 연구자에게 적절한 예산을 오랫동안 투입하는 과제가 늘어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양준모 계명대학교 건축토목공학부 교수(2기)=포스코, 포항산업기술연구소(RIST), 포스텍 등 포항과 경북에는 좋은 R&D 인프라가 많이 있다. 건설분야의 경우 포스코 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 건설구조실험동을 보유하고 있고, 제가 속한 계명대는 경북·대구지역 유일 국토교통부 산하 분산공유실험시설인 첨단건설재료실험센터가 있는 등 훌륭한 R&D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좋은 R&D 인프라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인프라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유지하는 주체는 바로 연구원이다. 좋은 연구원 인력이 포항 및 경북으로 많이 유치해야만 훌륭한 R&D 인프라가 잘 활용되고 유지될 수 있다. 좋은 인력들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지 않고 포항, 경북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연구원 인력에 대한 많은 투자와 지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응용과학이 발전하려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투자라고 생각한다. 투자 없이 그냥 사람들이 자원봉사해서 발전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이 있으려면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그리고 아낌없는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 분야의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몸담은 연구원들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된다면 서로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지 않을까?



△김민수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 세포공학팀 팀장(2기)=궁극적으로는 산업계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연구 목표 및 방향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초·응용 과학이라는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기초과학은 ‘산업계 적용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연구’, 응용과학은 ‘과학적 백그라운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구’ 같은 부정적인 인상을 받게된다.산업계 출신의 우수 인재들이 학계로 많이 진출하고 있고, 상황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포항과 경북의 풍부한 R&D 인프라가 산학 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주시형 전남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공학과(2기)=경북 지역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국가 전반적으로 볼 때, 경제·산업 등 타 부문과 비교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방정부 및 지자체 관심이 낮고, 과학기술을 지역 경제·산업 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방정부가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등을 수립·추진한 지 오래됐지만, 아직 실질적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시류에 편승한 투자 및 지원 행태를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과학기술 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역점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 현장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기술) 구분은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나의 연구에 기초적인 부분과 응용 부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별로 특성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다른 과학기술 선진국과 비교해 학문 분야의 다양성이 낮은 측면이 강하다. 상업성이 높은 분야에 인력과 지원이 집중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집중이 더 심각하다. 연구자들이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권태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부교수(3기)=예전부터 포스텍(포항공대), 경북대학교 등 경북·대구 출신 인재들이 국가 발전에 핵심 이바지를 해왔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인프라까지 생겨 지역 R&D 인프라는 지속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측면과 달리 최근 인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지역 발전이 예전에 비해 더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분야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포항과 경북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인프라 (예를 들면 철강산업·방사광가속기·해양환경 등)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지역만의 고유 특징을 살리는 R&D 활성화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안이라 생각한다.



△정병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신물질과학전공 부교수(4기)=R&D 인프라는 곧 ‘연구의 도구(tool)’다. 과학 기술 발전에 있어 도구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idea)라 생각한다. 아무리 도구가 잘 갖춰져 있다 한들 그 도구를 활용해 과학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부재하면 풍부한 R&D 인프라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디어는 연구자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결국 인력과 결부되는 문제다. 해결책으로 ‘연구기관 및 대학 사이 업무 협력 및 교류를 강화하는 것’이 제안되는데, 이는 보조적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근본 해결책은 바로 ‘대구·경북 내 기존 연구 기관에서 새로운 연구 인력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적극적이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하고 재원 마련 노력에 앞장서는 것이다. 인력이 풍부해지면, 우수한 R&D 인프라를 무기로 뛰어난 과학 기술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기초·응용과학 연구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력은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해봤을 때, 전반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사례가 최근 있었는데, 2019년 일본 내 생산되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화학 소재 및 약품의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규제다. 다수의 전문가는 일본 화학제품의 질(quality)에 버금가는 국산품을 생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지만, 실제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내 제품 개발에 성공하여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적용하는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발전은 필요하고, 과학 분야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로 우수한 인재가 이 분야에 꾸준히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과학자·공학자가 사회적으로 충분한 대접과 인정을 받는다면 이공계 인력이 의과대학 및 약학대학으로 유출되는 현상의 근본적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사회는 유독 과학자들에 대한 대접이 좋지 못한데, 단편적으로 지식 전달의 가치 있는 일을 재능 기부 형식의 무보수를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과학자들이 소속된 기관에서 그에 걸맞은 충분한 처우와 과학자들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잡힌다면 우리나라 과학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권성중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화학과 교수(4기)=포스텍, DGIST, 방사광 가속기 등은 포항, 경북·대구가 가진 훌륭한 인프라다. 이러한 인프라 활용을 높이려면 우수 인재가 지속 유치돼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과학 이외의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와보니 선후배, 제자들이 직업 선택 시에 직장의 위치가 서울(수도권)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를 가지고 매우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서울에 있는 회사가 객관적인 평가에서 지방에 있는 회사보다 못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회사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울 및 수도권이 가진 문화 및 과학 외 인프라의 힘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포스텍, DGIST 등의 우수한 과학 인재가 잠시 머물다가 떠나지 않고 포항, 경북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과학 외에도 전반적으로 포항, 경북이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질문이 어렵지만 기초과학, 그리고 응용과학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이것을 이야기하려면 정치부터 해서 교육까지 사회 전반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 같다. 그러한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초과학이나 응용과학으로 성공하는 성공사례가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IT강국인 우리나라에는 IT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이 있다. V3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 박사, 네이버, 카카오, NC소프트 등을 창업한 이해진, 김범수, 김택진 사장들 같은 개인의 성공사례나 삼성, 하이닉스 같은 기술기업의 성공사례가 있는데, 기초과학분야에서는 이러한 대중적인 성공사례가 드물다. 논문조작으로 판명 난 황우석 사태 정도가 대중들의 기억에 있을 뿐이다.이는 기초과학의 학문적 특성상 장기간 연구해야 성과가 나오는 점이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는데 장기간의 기초연구만으로도 학문적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면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기초과학분야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같은 스타 과학자가 나온다면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대중에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동현 하나옵트로닉스 CTO(5기)=포스텍에는 우수한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있어서, 몇 차례 포항에 방문해 학생들에게 강연도 했고, 교수님들과 여러 협업 분야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포스텍 출신의 우수 인재를 모셔오고 싶지만, 포스텍 정도면 대기업에서 다 싹쓸이 하다시피 졸업생을 모셔가는 상황이기에 많이 아쉽다. 결국에는 개인적인 친분과 믿음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거리적인 문제로 교류를 자주 하기가 쉽지가 않다. 획기적인 기술개발을 하고 꼭 기술이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닌 협업이나 공동개발의 경우에도 결국에는 거리 문제로 수도권 및 충남권 학교들과의 협업이 더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DGIST는 거리는 더 가까우나 아직 친분이 있는 교수님들이 없다.

기초·응용과학 분야에서도 당장 2~5년 내에 달성 가능한 연구 과제를 과학기술부에서 공모하기보다는 여러 문샷(Moon Shot·혁신적인 신규사업) 프로젝트들을 시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그리고 연구 성과 평가는 공평성을 위해 철저히 블라인드로 진행하고, 상호 피드백을 통해 성과 평가자들의 공평성도 잘 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강대현 국군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장(5기)=응급 의학 분야에서 로봇·드론·AI·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최적의 이송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들이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하면서 일부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안다. 포항과 경북에는 포스텍 등 풍부한 R&D 인프라가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군과 함께 협업해 이러한 신기술이 의학과 잘 접목돼 보다 발전된 응급의료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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