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호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2시 문경시 농암면 농암1리 종곡교에서는 '궁기천 정비공사 준공식'이 열렸다.

궁기천 정비공사는 지난 50년 동안을 끌어오던 문경시의 최대 주민 숙원사업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궁기천 일대는 장터가 들어서고 오갈데 없는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50여년 동안 하천부지 위에 터를 닦고 집을 지어 곤궁한 삶을 이어온 곳으로 홍수가 나기만 하면 수마가 집을 휩쓸어 다시 지어 삶을 연명하는 일을 되풀이 해왔다.

1962년 건축법 시행후에는 모두 무허가 건축물이 되면서 담장하나 벽체 하나도 손을 대지 못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한 생활을 영위해 왔다. 남들 다하는 집수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땅을 불하해 줄 것을 수차례 진정도 하고 건의도 해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1996년 정부의 하천·공유수면 대지화 계획 추진때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도 가졌으나 천부지를 매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하천부지를 비롯 시유림, 국유지 잡종재산 등이 어지럽게 얽혀 있어 재산을 관리하는 부서가 틀려 성큼 복잡한 일을 떠맡아 추진할 부서도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농암면을 방문한 신현국 문경시장에게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결책 마련을 건의하면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신 시장은 "이 문제는 예산 문제가 아니다. 정말 많은 고통을 겪어온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해 주는 차원에서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고, 이 사업은 하나의 행정의 작품이 되어야 한다"며 해결책 마련을 지시했다.

담당부서는 전수 측량 등 종합계획 수립에 이어 주민설명회 개최 등 사전준비를 완료한 뒤 지난해 11월 '궁기천 제방정비'에 착수, 이날 준공식을 가졌다.

주민들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릅니다. 집이 무너져 담장 하나를 고치려 해도 불법이라 하지 않습니까? 혁신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해 낸 이런 일이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할 일"이라는 주민들의 말을 공무원들이 가슴에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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