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20 대구·경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급증하고 있는 2월 24일 오후 대구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구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확진자를 태운 구급차를 방역하던 관계자가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경북일보DB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코로나19로 시작했지만, 세밑까지도 끝 모를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변이된 바이러스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진과 국민의 헌신에도 2021년 황금 소띠의 해 신축년(辛丑年)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하기만 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기만 한 경북과 대구의 2020년 한 해를 되돌아봤다.



△코로나19 창궐.

2월 29일 하루에만 741명.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2월 18일 대구의 첫 확진 환자로 판명된 이후 11일 만에 불어난 최대치다. ‘대구 코로나’ ‘대구 봉쇄’라는 말이 터져 나와 대구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고, 입원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던 고위험군 환자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절망스러운 처지에까지 놓였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생활치료센터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과 시민과 의료진의 헌신으로 대구는 K-방역의 모범을 만들었다. 9월 수도권 중심의 2차 대유행과 11월 감염원을 특정하기 힘든 3차 대유행 초반까지 안정을 유지하던 대구와 경북도 이제는 또 다시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은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춘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지역민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때이기도 하다.
 

7월 30일 오후 경북 군위군청에서 (왼쪽부터) 권영진 대구시장, 김영만 군위군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통합 신공항 이전지를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면)로 신청할 것을 조건부로 합의 후 손을 맞잡고 있다.경북일보DB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

한 편의 드라마였다. 우보면 단독후보지를 고집하던 군위군을 설득하고 공동후보지 신청 마감일을 하루 앞둔 7월 30일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과 민항 터미널 군위 배치 등이 먹혀들었다. 사업 무산 위기까지 갔던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4년여 만에 닻을 올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50조 원이 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지역 최대 SOC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028년 대구공항 2.3배 수준의 통합신공항이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에서 개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김영만 군위군수가 구속된 데 이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통합신공항의 순항에 어떤 작용을 할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의 물꼬.

경기침체와 지역소멸이라는 절박한 현실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본격 쏘아 올린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2022년 7월 1일 인구 510만 명 이상의 거대 지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행정통합의 핵심이 될 시·도민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낼 의견수렴 과정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공론화위원회가 1월 말까지 3차례의 시·도민 온라인 토론회 열어 행정통합에 대한 가치와 비전, 쟁점에 대한 시·도민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본계획(안)을 만들고, 2월 말까지는 2차례의 타운홀 미팅 방식의 대토론회와 주민여론조사라는 숙의공론과정을 거쳐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해 시·도지사에 제출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의 검토 이후 5~6월께 주민투표를 통과한다면 9월 특별법 국회 통과라는 숙제까지 마치면 비로소 대한민국 최초의 광역자치단체 결합형태의 새로운 지방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행정통합과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이 새롭게 거듭날 동력이 될 전망이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경북일보DB

△대구 분양시장 규제 비웃고 ‘훈풍’ .

아파트만 48개 단지 2만9960가구 분양한 대구가 올 한해 이뤄낸 실적이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강화가 무색할 정도로 대구의 분양시장은 호황이 이어졌다. 올해 대구에는 아파트(일반분양) 48개 단지 2만9960가구, 오피스텔 2천306실, 임대아파트 773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아파트 46개 단지 2만6970가구를 훌쩍 뛰어넘었다. 3년 연속 2만 가구를 공급한 셈이어서 향후 공급과잉 현실화가 우려될 정도다.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과 정부의 부동산규제, 고분양가 등으로 인해 다소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청약과 계약에서 기대 이상의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2021년에도 예정된 사업지가 풍부해 급격한 물량감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춤했던 수성구와 남구에 각 7000~8000가구의 물량이 예정돼 있고, 여전히 새 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데다 대구 인근 경산지역까지 조정지역에 이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인근 도시로의 풍선효과도 사라진 만큼 내년 상반기에도 급격히 식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줄줄이 위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홍석준(대구 달서구갑) 의원이 12월 17일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받은 것이다. 다음날에는 2억 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김영만 군위군수가 징역 7년에 벌금 2억 원, 추징금 2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달서구의원 2명과 서구의원 1명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아 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관급공사 이권 개입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엄태항 봉화군수가 12월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구속을 면했지만 향후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어떤 처지에 놓일지 관심을 받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주민 1000여명이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이재민 실질적 보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7번 국도를 따라서 행진하고 했는 모습.경북일보DB

△포항지진 특별법 시행령 통과.

포항시민과 포항시의 노력으로 피해구제 지원금의 정부 지급률을 70%에서 80%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 9월 1일 시행됐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지진 발생 2년여 만에 포항지진 특별법이 표류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에도 현실성 있는 보상과 침체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 지원 사업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시행령 시행 후 피해구제의 결이 열렸지만, 지열발전으로 인한 인재에 대한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숙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협의를 받는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 주장 장윤정(31·여)씨가 5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경북일보DB

△고 최숙현 선수 가혹 행위 사망 사건.

감독과 선배 등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6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최숙현 선수 사건은 스포츠 인권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널리 각인시켰다. ‘팀닥터’로 불리며 운동처방사로 일하면서 최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을 때리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주현(45)에게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최 선수 등을 때리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김규봉(42)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에게 징역 9년, 장윤정(31) 전 주장에게 징역 5년, 최 선수의 선배 김도환(25) 전 선수에게는 징역 8월을 구형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직장운동경기부 표준계약서 2종을 마련해 내년 2월 19일께 적용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내년 6월부터는 체육계 인권침해자 명단 공개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경북도체육회 컬링팀 사건과 같이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 없이는 또 다시 체육계 인권유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성일 기자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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