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1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가 무산돼 선거가 3자 구도로 치러지더라도 우리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김 비대위원장은 1995년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선 정원식 전 총리,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를 내세웠다. 제3지대에선 무소속 박찬종 변호사가 뛰어들었다. 당시 여론은 박찬종이 무조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의 조순 후보가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나는 그때 조순 후보가 된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예견은 맞았다. 김 비대위원장의 이 발언에 당시 당사자로 선거에 뛰었던 박찬종 변호사는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때 조순 총재가 이긴 배경에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JP(김종필 전 총리)가 연합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3자 구도로는 여당에 무조건 필패한다”고 했다.

집값 문제 등 문재인 정권에 염증이 난 국민들의 여론은 야권으로 기울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인 국민의힘은 이 기회를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존재감마저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보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김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대표와는 단일화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다. 내부 경선은 시작도 하기 전에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이 국민당과의 선 통합 후 단일화를 주장하며 김 비대위원장에 맞서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건부 출마를 제의, 정치공학에 열공 중이고 나경원 전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지고 ‘마이웨이’ 중이다. 집안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도토리 키재기 수준인 국민의 힘 예비후보들을 보면 당내 경선만으로 선거에 이길 후보가 현재로썬 보이지 않는다. 야권 후보군에서 안 대표 지지율(24.9%·리얼미터)은 현재로썬 압도적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안 대표는 십분발휘하고 있다. 야권의 판을 흔들어 서울시장 보선과 대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욕심까지 보이고 있다. 2012년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잇따라 후보를 양보하면서 얻은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벗고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서울시장 출마를 밝힌 후 김동길 교수, 홍준표 의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만나며 몸집 키우기에 열중이다.

이런 안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는 ‘계륵(鷄肋) 같은 존재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발표한 후 맨 먼저 요청해 비공개리에 만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요즘 안 대표의 말만 나오면 얼굴색부터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안 대표는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며 “야권 단일화를 하자며 나로 단일화해달라는 요구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도 4·15총선 때와는 당이 달라졌다”며 “우리가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 여론은 야권 단일화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고 3자 대결 구도면 민주당이 신승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데도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는 선을 긋는 고집을 부리는 김 비대위원장의 복심은 과연 무엇일까. 그래서 뒷담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 공천관리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도가 앞선 것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폭정을 중단시켜 달라는 국민의 울분이 응집된 결과”라고 했다. 그는 “국민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야권후보 단일화가 최선의 답“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 사이에는 안 대표로 단일화하는 ‘외주후보’이냐, 아니면 2002년 지지율 1%에서 대선후보에 오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돌풍‘을 일으킨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을 벤치마킹할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백출하고 있다. 정치 9단 김종인의 복심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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