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철 한동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인터콥 선교회의 BTJ 열방센터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다. 집합 금지 기간에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그 기간 중 확진자가 생겼는데, 전국에서 모였다 흩어진 참가자 중 상당수가 진단검사를 받지 않고 검역에도 비협조적이라 한다. 심지어 자신이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숨기거나 동선파악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끈 이들이 있고, 집회 참석 명단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이야기까지 보도되고 있다.

정작 인터콥은 자신들이 방역당국을 방해한 적이 없다 하지만, 보도를 통해 모임 사실이 드러나고 여러 차례 고발을 당한 후에도 자신들의 잘못을 뚜렷하게 인정하거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많은 논란이 있었던 10월의 초의 집회 이후에도 대규모 집회를 거듭 열어 결국 확진자가 나왔고, 그로 인한 전국적인 전염이 확인되자 1월 초에 뒤늦게 모임 참가자들에게 진단검사를 권하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무총장 명의로 안내를 하는 대신 최선교사 자신이 공개적으로 회원들에게 진단검사를 독려했다면 작금의 사태는 간단히 막을 수 있었을 테지만 그는 언론접촉을 피하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자신과 남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기독교적이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 이런 행동을 설명할 길은 음모이론와 배타주의 밖에 없다. 인터콥 선교회 대표인 최바울 선교사는 얼마 전 보도된 강연에서 코로나 19 확산을 빌 게이츠가 세계 정복을 위해 꾸민 일로 암시하면서 백신을 맞으면 DNA가 변형되어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판에서 떠돌았다는 음모이론이다. 인터콥 회원들이 비난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기피하는 것은 자신들만 진실을 알고 있다는 배타적이고 비밀스런 태도의 전형이다.

대형교회의 세습을 교단 총회가 용인한 일로, 전광훈 목사의 거칠고 무모한 언행으로, 코로나 19 상황에서 부주의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인 교회들로 망신을 거듭하는 와중에 인터콥 사태까지 겹치고 나니 한국의 기독교는 더 이상 내려앉을 곳도 없어 보인다. 이들은 우연적 사건이 아니고 기독교의 오랜 사회적 무기력의 결과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돈과 권력을 탐하고 거짓과 폭력에 눈 감으며 하나님 사랑을 빙자하여 이웃사랑을 버리는 모습으로만 부각되고 있다. 이번 인터콥 사태도 기독교 위상 추락의 역설적인 증거다. 기독교의 주요 교단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인터콥을 불건전 단체로 보고 교인들에게 이들의 모임에 참여하지 말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했지만, 이 권고로 인터콥에서 돌아선 이들이 있는지 의문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한국 교회가 박해와 압제, 죽음의 위협 아래서도 사랑과 진리와 평화와 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자 했던 위대한 선조들의 모범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사회적 지탄과 멸시를 면하고 공동선에 복무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유명한 산상수훈에 “좋은 열매가 나야 그 나무가 좋은 줄 안다”는 가르침이 있다. 한국의 기독교는 “우리 나무는 좋은 나무”라고 외치는 데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혹 열매가 맛없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당신이 몰라서 그런 거라고 타박을 주고, 나무의 키를 키우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이제 입을 다물고 좋은 열매를 맺는데 매진해야 한다. 나의 자유를 주장하며 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좋은 열매일 수 없다.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고 내 생각을 세상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나의 자유를 포기하고 손해와 희생을 감내하며 누구나 맛을 보면 알 수 있는 좋은 열매를 키워야 한다.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하나님이 베어버릴 것이다. 이건 음모이론이 아니고 성경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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