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요즘 조선시대 괴물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킹덤>(김성훈, 2019)이라는 넷플릭스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시즌1, 시즌2에 이어 이제 시즌3이 제작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괴물이 나오는 공포 영화는 이제 낯익은 장르물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괴물영화가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틀을 갖추게 되는 것은 <괴물>(봉준호, 2006)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한강에서 괴물이 튀어나온다는 설정으로 이런저런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 괴물의 실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6년 여름, 한강 여의도 둔치에 괴생물체가 나타난다. 한강의 어류, 양서류, 파충류 중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생물체는 크기는 버스만하고, 다리 한 쌍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기형다리 1개, 뒷다리가 되다가 중단된 돌기, 길고 날렵한 꼬리, 그리고 마치 연꽃잎이 벌어지듯 5갈래로 갈라지며 흉측하게 벌어지는 형태의 입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식욕과 탐욕으로 인해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자신의 은신처에 먹이를 저장해 놓는 습성이 있다. 한강과 그 주변 둔치가 주요 활동무대인 이 생물체는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롭기 때문에 매우 히스테리컬하고 예측불가능하다. 그래서 때론 사람들을 잔인하게 공격하며 난폭한 모습을 보이지만, 가끔 심술도 부리고, 엄살을 떠는 등 어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생물체를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부른다.”[daum 영화, 참조]

이야기 속의 괴물들은 겉으로 무엇을 먹고 살든, 실제적인 그들의 양식은 사회적 불안입니다. 그들은 불안으로 배태되고 또 그것을 먹고 자랍니다. <괴물>이라는 영화는 우리 시대의 힘 있는 것들의 괴물성을 반영합니다. 그것이 주는 집단적 불안이 이 영화 속의 괴물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한강에 살면서, 돌연변이 종이고, 온갖 탐욕의 화신이며, 히스테리컬하고 예측 불가능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가끔씩 엄살을 떠는’ 영화 속의 괴물이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가진 자들’의 캐릭터를 표상하거나 암시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한강변에 사는 재벌, 졸부, 권력자, 테크노크라트 등등이 괴물이고 외세가 괴물이고 타락한 욕망을 과시하는 허영이 괴물이고- 그렇게 영화는 우리시대의 각종 괴물들이 강요하는 불안을 환유합니다. 희생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엄습하는 공포를 카타르시스로 치환하도록 만듭니다.

영화 <킹덤>은 좀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제는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의 구별이 없어집니다. 인간 모두가 괴물입니다. 자연을 악용(남용)한 결과가 어떤 비인간 상황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존재의 위기를 자신의 삿된 욕망에 이용하려는 악인들과의 처절한 싸움이 이야기의 핍진성을 제고(提高)하면서 영화는 관객들의 몰입을 부릅니다. 본디 인간 괴물의 전통적인 유형은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입니다. 이들은 보통 사회의 무서운 두 얼굴, 흉측하게 생긴 비참한 하류층과 잔혹하고 하얀 얼굴을 한 상류층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의 괴물 이야기는 그런 이분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좀비’라는, 살아도 살아있지 않고 죽어도 죽어있지 않은 경계성 존재방식을 취합니다. <킹덤>류에서처럼 전파성 강한 감염원(感染原)이 되어 인간사회를 파괴합니다. 이들 좀비 괴물 영화들이 각별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든 접촉을 부정하는, 반가운 악수마저도 마다케 하는, 이 끔찍한 돌림병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날이 곧 오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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