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 총장(윤석열 검찰총장)은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얼마 전까지 만 해도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직무정지 징계안을 재가한 문 대통령이 아니든가. 지난해 1월 기자회견에서도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한 윤 총장에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고 조국 전 법무장관에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이 왜 갑자기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라고 마음이 바뀐듯한 말을 했을까. 그것도 집권 5년차 국정운영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윤 총장을 감싸 안는 발언을 했을까. 문 대통령은 또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를 할 생각으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파와 여권으로부터 집요하게 ‘정치 검찰총장’이라는 누명을 쓰고 압박을 받아온 ‘윤석열’의 방패막이 역을 왜 자청(?)하고 나섰을까.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라는 대명제를 내세워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워 윤 총장을 얼마나 많은 ‘조리돌림’을 했는가. 검찰개혁에 광란의 칼춤을 췄던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토사구팽’의 억울함도 들었을 것도 같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야당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퇴임 후를 염두에 두고 윤 총장과의 갈등을 조기에 해소해 보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여권에선 윤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일부에선 “정치검찰 총장이 된 현 상황을 문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선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며 지난 4년 동안 ‘문프’를 향한 공세가 있을 때마다 악역을 자처했던 문파가 최근 들어 ‘검찰 수사권 폐지’ 연판장을 돌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서약서를 내는 일까지 벌어지게 하는 등 단순한 막말, 조리돌림을 넘어 국가 정책 기조에도 관여하겠다는 태세를 보이자 문 대통령이 ‘금단의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는 해석도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 문파의 극렬함은 야권을 넘어 여권까지 쥐락펴락 해왔다. 여권의 박 모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었다”고 했다가 “정의당에서 온 쓰레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국회 예결위에서 추미애 전 장관에게 “정도껏 하세요 좀!”이라고 했던 정성호 위원장은 “이재명 끄나풀”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여야 합의 처리를 말한 국회의장은 ‘사쿠라’라며 ‘후원금 18원’을 받는 수모를 당했고 추경을 반대한 여성의원에겐 ‘X덩어리’라고 불렀다. 이뿐이 아니다. 사면론을 꺼낸 이낙연 대표를 겨냥해 “탄핵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이 정도면 가히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다고 하겠다. 이런 문파의 극성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것은 문파에 단호한 결심을 보인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게 하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말이 이제는 “사람이 오래 살고 볼 일이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뒤늦었지만 문 대통령이 바뀌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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