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아 변호사·전 국회의원
이두아 변호사·전 국회의원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김진욱 공수처장 임명안을 재가했으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2021년 1월 21일부터 임기가 시작됩니다. 법조인들은,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며 민정수석, 대통령비서실장, 국회의원을 역임하여 행정부, 입법부를 두루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의 법조인 인사에 더욱 주목했습니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법조인 출신 인사의 발탁은 극과 극을 오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몇 계단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발탁했을 때, 취임사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권력 기관을 독립’ 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라고 믿어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작은 예수’라고도 불리우며 아들 2명을 입양해서 키우는, 6·25 참전용사의 아들이기도 한 최재형 판사가 강력한 사정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보고 감사원의 독립성은 확실히 보장되겠구나 했습니다.

‘선한 싸움을 한 자만이 월계관을 얻는다.’ 12세기 영국의 토머스 베케트 캔터베리 대주교가 편지에 남긴 글입니다. 그는 행정권뿐 아니라 사법권마저 장악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 했던 국왕 헨리 2세에게 온몸으로 맞섰으며,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되기 전 당대의 대법관격인 ‘국새상서’를 지냈기에 그의 말에는 권위가 실렸습니다. 그래서 왕당파들은 끊임없이 그를 핍박했고, 결국 하수인들을 시켜 캔터베리 대주교를 잔혹하게 살해했습니다. 사법권 독립을 지키려 했던 그는 순교 이후 영생의 월계관을 얻었고, 이후 3세기 동안 캔터베리 순례는 영국인의 생활이 될 정도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최재형 감사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를 포함한 우리 세대의 법조인에게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주군에게도 맞서서 사법권 독립을 지켜냈던 토마스 베케트가 법조인으로서의 롤 모델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서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하다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조국 전 장관,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선거를 같이 치렀으며 승리를 함께 한 당대표 출신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연이어 임명하고 두 사람 모두 제도를 정비해서 검찰개혁을 하고자 하는 모습이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에 관한 수사,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매진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골몰하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와 관련하여 문서위조, 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 부인은 위 입시비리와 관련하여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영어의 몸이 되어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사퇴하자마자 30여 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개시될 것입니다.

현 법무부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 논란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추미애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패스트트랙 사건(폭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人事)’로 남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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