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여긴 모두 녹슬고 있구나!// 오늘은 내 이름이 낯설고/걷는 법도 잊어가고 있다// 몸 아파서 아픈 게 아니다/ 점점 뭘 기다리는 게 전부인 시간이/ 슬퍼서 아픈 것 같다// 이번 일요일엔 같이 오너라/ 내 손주들 웃음소릴 끌고라도 오너라// 햇살 같은 웃음소독이라도 해야/ 이 어두운 귓속이 좀 환해지지 않겠니?” 성환희 시인의 ‘요양원에서 온 할머니 편지’ 라는 시다. 요양원에서 사실상 감금이나 마찬가지인 생활을 하고 있는 할머니의 애절한 소망이 잘 나타나 있다.

국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요양원과 요양병원, 장애인 시설은 1년 가까이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일부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취약 시설로 분류돼 엄격한 방역지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면회는 물론 외박, 외출이 제한된 지 오래다. 경북 칠곡의 요양시설에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한 가족의 사연은 눈물겹다. “6개월이 넘도록 어머니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면회를 못해 우울증에 걸렸다. 이젠 임종도 지켜보지 못할까 두렵다.”는 절규다.

요양 시설에 입원한 이들은 대부분 기저질환을 가진 60대 이상 고령의 환자들이어서 코로나 감염에 극히 취약하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이 면회나 방문을 강력하게 막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전국의 장애인 시설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시설은 원래도 폐쇄적인 데다 코로나 확산 이후 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설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확산을 막으면서 환자와 가족이 서로 위로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형 화면을 통한 영상 통화는 물론 직접 대면할 수 있는 면회 방법의 모색 등 코로나로 감금 당한 노약자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육체적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약보다 ‘햇살 같은’ 가족의 ‘웃음소독’이 더 필요하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