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최근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생방송에 나와 지방방송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을 보고 지방방송인의 한사람으로서 많이 놀랐다. 그가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방방송을 우습게 여기는 말만큼은 참기 힘들었다.

그는 방송 토론 중에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을 보도한 포항MBC를 두고 “어디 지방방송에서 얘기한 것을 가지고 그러느냐…”며 지역방송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비하했다. 말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다른 출연자의 지적까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중앙언론이 보도한 것도 아니고 일개 지방방송이 보도한 것을 가지고 여당 대표가 왈가왈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소리로 들렸다. 그 속에는 또 지방방송 보도를 누가 믿느냐는 식의 무시와 깔보기도 포함돼 있었다. 지역방송에 대한 이보다 더한 차별과 비하가 또 있을까 싶다.

물론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과 관련해서는 여·야의 시각 차이가 있고 정치적 공방도 있다. 보도에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그 뉴스를 다룬 지역방송사를 함부로 무시하고 비하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제기되는 문제들은 하나하나 사실 여부를 따져 밝혀나가면 될 일이다.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실과 근거를 제시하면서 무엇이 문제이고 잘못인지 반박하거나 비판을 해야지 그런 식의 무시와 비하는 말이 안 된다. 그야말로 군소정당의 일개 위원장으로서 할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사과도 하고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그 말만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라고 할 때 바로 ‘그 말’이 거기에 해당한다. 필자의 경우는 ‘지방방송 꺼라!’ 말 만큼은 농담이든 진담이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평생을 지역방송에서 기자와 앵커로 활동했고 최고경영자로서 방송경영도 책임졌던 전력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방방송 꺼라!’는 말 속에는 엄청난 지방 무시와 자기 비하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보면 흔히 분위기가 산만해진다 싶으면 사회자로 보이는 이가 큰소리로 좌중을 향해 ‘지방방송은 꺼요!’하며 자리 정돈에 나선다. 그때마다 그를 붙잡고 ‘지방방송이 무슨 죄를 지었냐? 가만히 있는 지방방송을 왜 자꾸 끄라고 하느냐?’며 제지에 나선다. 또, ‘당신도 지방에 살면서 지방방송 끄라고 하면 지방은 뭐가 되냐? 중앙방송이 더 시끄러우니 거기부터 먼저 끄라고 좀 해보라’며 무안하지 않게 꼬집고 지나간다.

물론 무심코 쓴 말인 줄 안다. 그러나 그 말 바탕에는 중앙 우월과 지방 열등이라는 뿌리 깊은 차별이 숨어있다. 무의식적인 자기부정도 깔려 있다. 따라서 지방방송을 열등하게 보는 인식이 확장되면 결국 지방기업, 지방병원, 지방대학, 지방정부…나아가 지방과 지방 사람도 열등한 존재가 되고 만다.

이렇듯 ‘지방방송 꺼라’는 말은 써서는 안 될 말이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과 함께 지방을 좌절시키는 최악의 말이다. 결코 과민반응도 속 좁은 해석도 아니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지만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오히려 훨씬 더해졌고 지방의 열등감과 상실감은 지금 최고조로 폭발 직전이다.

말도 가려가며 해야 말이다. 분수도 모르고 정신 나간 듯 하는 말은 말이 아니라 ‘헛소리’다. 아무리 화가 나고 미운 마음이 생기더라도 논쟁에서 금도를 벗어나거나 판을 깨면 안 된다. 특히,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말은 끝까지 한마디라도 해서는 안 된다. 했다면 반성과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

말의 힘은 무시나 비하에서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말에서 나온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