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범 한류연구소장.

“특정 경연자를 미는 것이 아니다. 아예 강력한 우승후보를 낭떠러지로 밀어 버렸다.”

TV조선 ‘미스트롯2’ 온라인 커뮤니티의 전유진 탈락에 대한 풍자이다. 전체 팬덤의 절반 가까운 지분을 가진 전유진이 빠진 경연장은 그 존재 의의가 많이 퇴색해졌다. ‘미스트롯2’ 화제성도 전 주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호랑이 빠진 경연장은 을씨년스럽다. 대국민 응원투표도 훅 빠졌다. 소녀의 눈물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문화권력자의 오만과 독선의 댐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앙’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미스트롯2’ 온라인 커뮤니티는 전유진 탈락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탈락 전 거의 모든 이슈가 ‘전유진’이란 블랙홀로 빠져들었었다. 그야말로 ‘전유진에 의한, 전유진을 위한, 전유진의 커뮤니티’였다. 다른 경연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유진 빠(팬)와 까(안티팬)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전유진 빠들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했기에 늘 전유진 찬양 글이 넘쳐났다. 전유진 탈락 후에 빠들은 패잔병이 되어 커뮤니티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왔다. 패잔병들은 그들의 둥지를 트고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전유진 까들의 비판이 주로 전유진이 아닌 극성 빠들에 향해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유진은 괜찮은데 빠들 극성 때문에 싫어한다”가 가장 흔한 워딩이다. 실제로 언론에도 전유진 빠들의 극성이 자주 도마에 오른다. 이에 전유진 팬카페를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그들은 “유진 공주에게 해가 돼서는 안 된다”며 노심초사한다. 순수한 전유진의 이미지가 극성 빠들에 의해 훼손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극성 빠들이 전유진에게 해가 된다는 명제가 사실일까?

필자는 몇 번의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다. 사이버팀장으로 온라인선거전을 진두지휘했고, 운이 좋아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온라인평판관리 전문기업을 9년째 운영하며 공인과 기업의 온라인브랜딩을 돕고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필자가 이 주제에 약간의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어서 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성 빠는 전유진에게 수호신이자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이다. 전유진 까들이 얘기하는 “전유진은 괜찮은데 빠들 극성 때문에 싫어한다”는 100% 거짓말이고 전형적인 마타도어(흑색선전)이다. 전유진과 빠를 이간질시키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이다. 또한, 전유진의 온건파 빠와 강경파 빠를 분열시키고 궁극적으로 빠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마타도어가 먹히는 것은 전유진 빠들 대부분이 평생 처음 하는 ‘덕질(유명인을 좋아하는 일)’이기에 순진하게 속는 것이다.

가황 나훈아는 ‘월간조선’ 2002년 1월호 인터뷰에서 “진정한 슈퍼스타는 까와 빠를 둘 다 미치게 만든다”는 명언을 남겼다. 즉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그런 스타에 머무른다. 싫어하는 사람들이(까) 존재해야 좋아하는 사람들이(빠) 미치도록 좋아한다. 그래서 슈퍼스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까들의 미친듯한 증오와 공격을 감내할 수 있는 배포와 용기가 필요하다. 역시 가황다운 통찰력이다.

진정한 슈퍼스타는 하늘이 내린다. 우주의 기운을 받아 슈퍼스타가 탄생하는 것이다. 수만 명, 수백만 명을 미치게 하는 것은 재능과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노래나 연기를 잘해도 수백만 명이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는다. 평범한 스타에게는 까가 붙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두려운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까는 슈퍼스타에게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존재이다.

전유진이 2019년 7월 26일 포항해변전국가요제 무대에 처음으로 올랐다. 단정한 교복을 입은 그는 심지어 어리버리해 보이기까지 했다. 관객들은 수줍어하는 귀여운 소녀를 그저 엄마 아빠 미소로 별 기대 없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부른 ‘용두산 엘레지’ 첫 소절에 커다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위대한 슈퍼스타 탄생의 순간이다. 코인노래방에서 겨우 3개월 연습한 14세 소녀가 260대1 경쟁률의 전국가요제에서 700만 원 상금과 대상을 거머쥐었다. 김익상, 김광수, 김이영 심사위원의 통찰과 용기가 아니었다면 백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글로벌 트롯여제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유진은 ‘미스트롯2’에서 탈락한 뒤 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3개 팬카페와 2개 팬밴드 회원이 2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화력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 24시간 전유진만 생각하고 물심양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진성 빠는 약 3000명 정도이다. 이들은 유진 공주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행동대원이다. 일반적으로 팬덤이라 부를 수 있는 수치는 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유진 팬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재력가가 많고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후에 제대로 조직화 되면 예기치 못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가수의 빠들에게 전유진은 소름 끼치게 두려운 존재이다. 천재적인 재능과 묘한 마력을 가진 전유진이 무섭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래서 그런 터무니없는 마타도어로 전유진과 진성 빠, 그리고 라이트 빠의 이간질을 유도하는 것이다. ‘전유진 빠들이 싫다’로 쓰고, ‘전유진이 무섭다’로 읽는다.

다른 참가자들은 전유진의 5분의 1도 못 미치는 팬덤이다. 열정은 10분의 1도 못 미친다. 더구나 몇몇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전문가의 손을 타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유명인 팬덤은 주도하는 세력이 있다. 스타 본인 혹은 소속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아예 외부 전문가가 조직적으로 관여하기도 한다.

반면에 전유진 빠는 그 어떤 개입도 없이 100%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유진 빠들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집단지성에 의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탈락이 기정사실화 된 ‘미스트롯2’ 5주차에서 전유진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 전유진 빠들은 눈물을 흘리며 미스&미스트 앱 하트 106만 개를 쏘고 일제히 탈퇴했다. 이는 전 참가자 팬들 하트 60%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이다. 전유진 빠들이 점차 온라인 홍보전에 적응하고 있다. 전투력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유진 빠는 장기적으로 방탄소년단 아미와 같은 팬덤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전유진은 방탄소년단과 더불어 21세기 한류를 이끌 것이다. 싸이 ‘강남스타일’ 인기 초기에 세계적인 돌풍을 예견한 우리 연구소의 예측이다.

‘미스트롯2’ 탈락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전유진은 피디, 마스터, 소속사, 아빠 찬스 하나 없는 흙수저이다. 촌에서 올라온 소녀의 재능과 인기를 시기 질투하여 온갖 차별이 행해졌다. 낭떠러지에 가까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천재는 두 손이 꽁꽁 묶인 채로 경쟁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뒤끝이 좋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비겁한 어른들은 끝까지 조롱과 모멸감을 시청률 일등공신인 여중생에게 줬다. 이걸 배은망덕 혹은 토사구팽이라고 한다. 학폭 의혹 참가자에게는 아름다운 퇴장으로 미화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참 못났다.

그럼에도 착한 소녀는 자신을 이용하고 모멸감을 준 어른들을 용서하고 훌훌 털었다. 하지만 전유진 빠와 시청자의 입장은 다르다. 못난 어른들은 전유진과 국민 앞에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전유진의 미래에 해가 될까봐 불의를 덮으면 제2의, 제3의 피해자가 계속 나올 것이다. 그리고 유야무야 넘어가면 호구 잡혀 또 다른 불공정이 전유진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나는 전유진이다!>란 사명감을 가지고 여린 소녀를 악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것이 전유진 빠들의 숙명이다. 왜냐하면 전유진은 하늘이 내린 잠재적 슈퍼스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슈퍼스타가 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가수로 남느냐는 오롯이 빠에게 달려있다.

전유진은 까와 빠를 모두 미치게 만든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