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이 같은 유사 사건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하고 잔혹한 학대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문제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 않은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경북 구미에서 엽기적인 어린이 사망 사건이 드러났다. 지난 10일 구미의 한 빌라에서 심하게 부패한 만 2세 여자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아이 엄마가 딸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아이의 엄마는 지난달까지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을 받아왔다니 ‘인면수심’의 극치다. 아이 엄마는 살인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지난 9일에는 전북 익산시에서 20대 부부가 생후 2주일 된 갓 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숨진 아기의 얼굴과 신체에서 멍 자국이 확인돼 부모를 확인시켰더니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져 생긴 멍”이라고 했다. 경찰의 추궁 끝에야 “아이가 자주 울고 분유를 토해서 때렸다”라고 실토했다. 이들 부모는 지난해 한 살 터울의 첫째 딸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용인시에서도 10살 조카를 잔학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비정한 이모 내외가 구속됐다. 여자 조카를 이모와 이모부가 무자비하게 때리고 심지어 물이 가득 찬 욕조에 집어넣다 빼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물고문 학대까지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친모가 지난해 11월 이사와 직장 문제 등으로 맡긴 조카를 학대 치사한 사건이다.

입양 부모가 16개월 된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이 보도돼 전국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국회가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이 처벌 강화 위주의 ‘입법 만능주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동시 다발적으로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유아와 아동학대 사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하고 특별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봐야 한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법률 강화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관계 전문가는 물론 인문, 철학 영역의 전문가들까지 총 동원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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