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대구·구미 등 대도시 주요 거리는 모처럼 활기를 찾은 반면 귀성객 발길 끊긴 농어촌 지역에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는 설 명절 기간 20∼30대 청춘남녀로 북적였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가족마저 상봉하지 못하는 ‘우울한 명절’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명절 대목을 맞은 술집 골목과 감성 주점이 자리 잡은 동성로와 교동 곳곳에 2∼4명씩 모인 이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일부 주점이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자 낮부터 술잔을 주고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설 당일인 지난 12일 중구 교동 한 술집에서 자리를 갖게 된 김모(32·대구 달서구)씨는 지난해 추석 이후 약 5개월 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만났다고 했다. 저녁 식사와 함께 반주를 곁들이며 서로의 근황을 알리는 등 담소를 나눴다.
김씨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고향에 온 친구들이 모두 5인 이상 집합금지 대상 가족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성묘와 제사를 생략하면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는데, 친구들과 잠시라도 만나니까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지인과 함께 도심으로 모인 이들은 한 자리에서 술자리를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모임은 갖되 동선을 최소화하겠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동성로를 찾은 박모(31·대구 달성군)씨는 “친구를 1년 만에 만나는 상황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우선 만나기로 했다”며 “중간지점인 시내를 찾게 됐는데, 사람도 많고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을 것 같아서 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설 전날과 설 당일 한산하던 구미의 대표 거리 문화로는 설 다음 날인 13일 밖으로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봄처럼 따뜻한 날씨도 한몫했다.
개학을 앞두고 새 학기 용품을 사러 온 가족들과 ‘테이크 아웃’을 위해 커피숍에 손을 잡고 줄을 선 연인들도 보였다. 식당과 옷 가게, 휴대폰 가게도 드나드는 손님맞이에 바빴다.
구미시 상모동에 사는 김 모 씨는 “4인 가족이라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밖에 나왔다”며“코로나19도 걱정이지만 아이들과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침체했던 상권에 ‘반짝’ 활기가 돌자 업주들도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이다.
특히 15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1.5단계로 완화함에 따라 영업을 제한하는 제약이 사라지게 된 소식을 크게 기뻐했다.
한 업주는 “코로나19로 매출이 너무 떨어져서 고민이 많았는데, 명절에 손님이 찾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마운 마음에 저녁 식사 전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식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같은 가격에 안주를 더 드렸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영업제한이 풀리게 되더라도 당분간은 손님에게 서비스를 그대로 드릴 예정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편안하게 장사할 수 있는 일상을 빨리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반면 명절 대목장을 지나도 시끌 벌쩍했던 상주 풍물시장에는 오가는 행인조차 없었다.
통행량이 많던 상주 서문사거리를 비롯한 울진·영덕 지역 전통시장 역시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가게 문을 열어도 손님이 드물었고 급기야 가게 문을 닫는게 최선의 방법인 듯 보였고, 늘어나는 임대 현수막은 상권의 상실과 심각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 기자명 남현정 기자
- 승인 2021.02.14 19:51
- 지면게재일 2021년 02월 1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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