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권력의 바람이 불기도 전에 알아서 누워 버린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태에 국민들은 절망을 했다. 그래도 양심이라도 있겠지 했으나 이미 양심을 떼어버린 철면피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후배 법관을 자신의 정치적 제물로 바쳐 버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으로 알았으나 공개적으로 거짓말까지 했다. 후배 법관의 사표를 거부한 이유가 “국회 탄핵 때문이라”고 해 놓고 여론화되자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는 후안무치의 민낯을 보였다.

지난 4일 임성근 부산고법부장판사가 지난해 5월 사표 제출과 관련 김 대법원장과 나눈 독대의 대화 40여 분 간의 녹취록이 공개된 순간 대한민국의 사법부에 조종(弔鐘)이 울렸다. 정의와 양심의 마지막 보루였던 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자신의 몸보신을 위해 후배 법관을 탄핵의 희생물로 바친 사실이 탄로 난 순간이다. “몸이 아파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수리해 달라는 임 부장판사의 간청에 김 대법원장은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라며 거절한 사실이 드러났다. 임부장은 지난해 12월 재차 사의를 표했을 때도 법원행정처로부터 “CJ( Chief Justice)의 뜻이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김 대법원장의 사표 거부의 이유는 “국회로부터 내가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로 보인다. 대법원장으로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후배 법관을 탄핵의 제물로 바친 셈이다. 평생을 법전과 함께 살아온 대법관의 모습이라고 볼 수가 없다. 정의의 법복을 벗어 던져 버렸다. 그는 대법원장 명의로 국회에 보내는 서면 답변서에도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딱 잡아뗐다.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된다. 사표 수리를 거부한 행위도 직권남용죄에 적용된다. 공무원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다. 이 때문에 그는 국민의힘에 의해 직권남용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 거짓말을 가려내는 법 집행의 최고 수장이 법보다 정치가 우선이라는 발언은 탄핵 더 이상으로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가 대법원장직에 오른 지 3년 5개월에 이른다. 이런 그의 발언 등을 볼 때 그가 법복을 입고 그동안의 재판을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인 심판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정도다. 오죽했으면 후배 법관이 김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는 글을 법원 내 게시판에 올렸을까. 이 글이 게시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거취에 변함이 없다. 하긴 취임 후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 공관 수리에 11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외관을 ‘크레마 오로’(황금빛 크림)로 불리는 이탈리아산 고급 ‘라임 스톤’으로 바꾸어 놓은 것 등이 아까워서도 자리를 털고 나가겠는가. 그가 대법원장 지명을 받고 국회 인사청문회에 가면서 춘천에서 버스를 이용한 것 등이 국민들로 부터 인기를 끌기 위한 한낱 ‘쇼’에 불과했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여기다 그는 2017년 9월 국회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 때문에 사표 수리를 거부한 임 부장판사 등 법원행정처 후배 법관을 동원해 야당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게 한 것 등도 ‘일탈한 직권남용’으로 볼 수가 있다. 그의 도덕률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대로 “법복만 입은 정치꾼”에 다름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사법사상 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얼굴 두꺼운 한 대법원장의 민낯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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