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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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냄비에 카레를 끓인다
불꽃의 정점에서 꽃이 핀다
굴참나무 아래 쪽빛 드는 구릉 사이
타닥타닥 산수유꽃 피어나듯
약한 불꽃 가장자리에서부터 오르는 기포
철판도 더 뜨거운 한 쪽이 있다니,
나도 그대 앞에선 뜨거운 꽃이지 않던가
세상은 자꾸 배면을 더 할애하지만
억척스레 빛을 끌어다 덮고 열리는 몸
불판 중앙으로 냄비의 위치를 바꿔놓는다
한 동안 노란 속살까지 차오르는 뜨거움
누구의 한때도 뜨겁지 않은 삶은 없다
봄날의 빛이 또 산란한다
유독 내 가슴이 먼저 가 닿는 곳
까르르르르
산수유꽃 같이 끓어오르는
나를 저어다오


<감상> 나는 산수유의 붉은 열매와 노란 꽃잎이 공존하는 걸 봤다. 왜 열매와 꽃의 빛깔이 다를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건 계절마다 뿌리의 생각과 뜨거움이 빚어낸 것이라고 결론짓기도 했다. 꽃순이 불꽃이 되고, 불꽃이 노란 꽃을 피우고, 불꽃이 다하면 붉은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이 순환 과정은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대 앞에선 나는 뜨거운 꽃잎이 아닌 적이 있었던가. 봄밤에 산수유꽃처럼, 냄비의 카레처럼 끓어올라 주체할 수 없는 열망이여! 이제 당당하게 불을 나르고, 너를 향해 꽃잎을 저으리라.<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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