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고 손 잡아주는 구조자들 보며 다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 얻어요"

포항 거룡조 사고 생존자 A씨를 구조해낸 정석현 경사.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안전하게 침착하게 하자. 매번 구조할 때 다짐하며 바다로 뛰어듭니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한국인 기관장 A씨를 직접 구조한 포항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 해양구조대 정석현(42) 경사는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이같이 말했다.

정 경사는 2000년대 초 동서대학교 체육학과 재학 중 수영강사로 활동하면서 ‘물’과의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물에 대한 관심은 스킨스쿠버 입문으로 이어졌고, 관심은 ‘인명구조를 위한 해경이 되자’라는 꿈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잠수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정 경사는 2010년 해경에 입문하면서 꿈을 이뤘다.

경찰관으로서 물에 뛰어드는 잠수활동은 그에게도 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변수가 많은 바닷속 환경 속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거룡호 사고 수중수색도 마찬가지였다.

풍랑주의보 발효로 3~5m 정도의 강한 파도가 일었고, 선체에 진입하면서도 너울성 파도로 특수구조대원들이 부딪히는 등 안전확보가 어려웠다.

전복된 거룡호에는 각종 어구와 아주얇은 그물(유자망)으로 인해, 장비와 신체가 걸려 ‘생사가 오가는’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21일 1차 수색을 시작하면서 물에 들어간 정 경사는 조타실·선원실·기관실·각 어창 등 에어포켓이 형성된 모든 곳의 수색을 실시했다.

8차례 수색을 함께한 11명의 구조대원들도 함께였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도 필수였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호흡이 불안정해져 ‘과호흡에 의한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창에 있는 생존자를 발견하고 의식여부 등 안전확인을 한 후에 마스크를 착용하자 정 경사의 심장은 가파르게 뛰었다.

오로지 ‘안전하게 빨리 구조하자’하는 일념뿐이었다.

위험 속에서 근무하는 정 경사는 소중한 생명을 구한다는 보람이 가장 큰 보상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근무 중 숱한 구조 속에서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는 구조자들로부터 늘 다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정 경사에게도 아쉬운 점은 남아 있다.

기상 악천후만 아니었으면 더 빨리 수색을 해 생존자를 더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항상 한 켠에 머물러 있다.

그는 함께 고생하는 해경 등 구조관계자들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정석현 포항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 해양구조대 경사는 “이번 사고처럼 실종자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 잠수사들도 끝까지 구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다른 구조대원들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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