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 취재부장.

대구 달서구 죽전동 대구이슬람센터를 방문한 건 2015년 6월 19일이다. 가장 중요한 의식인 라마단 시작 후 첫 금요예배일이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일 지나서다.

200여 명의 신도는 양말을 벗고 손과 코, 입, 얼굴, 발을 씻은 뒤 2층 예배실에서 임시 이맘(이슬람 성직자)의 설교를 들은 후 나마즈(기도) 의식에 임했다. 새벽 3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물 조차 먹지 않는 금식 기간에 하루 5번의 기도를 하는데, 금요일 오후 1시 30분에는 항상 이곳에 모여 집단예배를 한다고 했다.

기사 발굴을 위해 뭔가(?)를 기대했던 게 부끄러웠다. 그 누구도 메르스를 두려워하거나 공황상태에 있지 않았다. 확진자가 격리됐던 대구의료원과 불과 200m 거리의 주택가 밀집지역의 사원이지만, 주민과 신도 모두 평온했다. 오히려 그들의 충고가 묵직했다.

한 소말리아인은 손 잘 씻고 마스크만 착용해도 호들갑 떨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예멘인은 술을 흥청망청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습관부터 고치라고 꼬집었다.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은 “메르스를 막연히 무서워하고 겁낼수록 면역력이 더 줄어든다. 하루빨리 극복하기를 알라신에게 기도해주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최근 경북대 서문과 가까운 북구 대현동 주택가에 짓는 이슬람 사원을 놓고 시끄럽다. 예배 소음과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는 주민 때문에 북구청이 공사를 중단시켰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이슬람교와 이슬람 신도에 대한 적대적인 낙인과 혐오를 드러내는 한국사회의 또 다른 민낯이라는 인권단체의 비판도 나온다.

지금까지 주택가에 무수한 교회나 성당에 대해 공사 중지 조치를 한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6년 전 우리를 위해 알라신에 진지한 기도를 올려준 대구 무슬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배준수 취재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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