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 88%·호두 52%·땅콩 34%↑…코로나·AI사태로 원재료 값 올라
가공식품·외식업계도 줄인상 예고

정월 대보름을 앞둔 2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상인이 땅콩 등 부럼을 담고 있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오곡밥 재료와 부럼 재료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때 드는 비용(4인 기준)은 15만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50.6%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때는 19만7천940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
정월대보름을 이틀 앞둔 24일 대형마트를 찾은 40대 주부 이 모씨는 “쌀·호두·대파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코로나19탓에 월급은 빡빡한 데 먹거리 비용은 크게 늘어 생활비가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곡물을 비롯해 기본 밥상물가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가 조사한 24일 대구지역 도매가를 살펴보면 쌀(20㎏)은 5만8000원으로 평년(4만3333원)보다 33.8%나 껑충 뛰었다.

정월대보름 오곡밥 재료인 찹쌀(40㎏)은 13만원, 흰 콩(35㎏)은 21만7000원으로 평년보다 25%씩 올랐다.

녹두(40㎏)는 평년(41만6667원) 대비 88%나 오른 78만3000원을 나타냈고, 붉은 팥(40㎏) 역시 50만원을 호가하며 평년(39만5000원) 보다 26.5% 비싸졌다.

부럼으로 먹는 땅콩(30㎏)은 평년(28만4333원)보다 33.6% 오른 38만원으로 조사됐다.

소비자가격 역시 크게 올라 전년 1만5000원이던 김천호두(1㎏)는 2만원에 팔렸으며, 특히 수입산(100g)은 전년(1310원)보다 52%나 오른 1990원에 팔려 국산 호두 가격과 비슷해졌다.

채소류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대구지역 도매가격 기준 전년 1380원이던 대파(1㎏) 가격은 4배 오른 5500원을 호가했다.

양파(20㎏)는 전년(2만4000원)보다 85.4%나 비싼 4만4500원에, 시금치(4㎏)는 전년(9400원)보다 30.8% 올라 1만2300원에 거래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의 영향을 받은 계란(특란·30개) 소비자가격은 7676원으로 8000원 선의 코앞까지 왔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계란(특란·30개) 산지가격은 5866원으로 전년(2929원)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

한우 등심 1등급(㎏)은 전년(9만1526원)보다 11.1% 오른 10만1723원, 삼겹살(㎏)은 전년(1만7091원)보다 21.1% 비싼 2만702원의 소비자가격대를 형성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이를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과 외식업계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거나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백설’ 브랜드 양념장 4종을 평균 6%, ‘해찬들’ 브랜드 고추장 5종도 평균 9% 가격을 인상했다.

즉석밥 ‘햇반’은 이달 말 6∼7% 오르며, 오뚜기의 즉석밥 ‘오뚜기밥’도 이달 중순 7∼9% 인상됐다.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청정원’ 브랜드 고추장 제품군을 평균 7% 올린다.

대상 관계자는 “원자재 등 생산 비용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25일부터 총 30개 품목의 가격을 100~300원 인상하며, 롯데리아도 이달 초부터 25종의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19일부터 95개 품목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평균 5.6% 올렸고, 뚜레쥬르는 지난달 90여 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9% 인상했다.

이렇게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은 울상이다.

워킹맘 김 모 씨(김천·36)는 “코로나19와 아이들의 봄방학까지 겹치면서 집밥 먹는 횟수가 늘고, 쌀과 계란이 눈에 띄게 줄더라”며 “워킹맘이다 보니 예전에는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자주 애용했는데 최근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전 모 씨(포항·63)는 “며칠 전 손주들과 빵집에 들렸다 깜짝 놀랐다”며 “정말 몇 종류 안 집었다고 생각했는데 2만원이 훌쩍 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자취생인 대학생 배 모 씨(경산·22)도 “꼭 사야만 되는 기본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라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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