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선거개입은 탄핵 사유"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선거용 표 장사’ 논란이 일고 있는 신공항 입지로 거론되는 부산 가덕도를 방문하면서 야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노골적인 선거개입에 나섰다”며 강력 반발했다.

문 대통령의 부산방문은 약 1년만으로 신공항 건설과 관련이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도 대거 동행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가덕도 인근으로 찾아가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신공항 추진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기재부·국토부·행안부·해수부 4개 부처 장관들도 ‘동남권 메가시티’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방문에 앞서 부산 부전역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보고를 받았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울산·경남을 수도권과 유사한 광역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으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처음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남권 메가시티가 성공적으로 구축돼 초광역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서 균형 발전을 선도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방문 행사에는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도 함께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가덕도 특별법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여보란듯이 장관들 거느리고 부산에 찾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행보를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며 “(부산 방문) 일정이 끝난 다음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당사자로 재판받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도 일정에 들어 있다”며 “피고인과 같이하는 아주 볼썽사나운 일정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왜 갑자기 ‘곳간 지기’인 경제부총리를 대동하고 부산을 방문하는 것인가”라며 “정권 말 곳곳에서 레임덕이 목격되는 가운데 대통령의 재보선 지원이 눈물겹다”고 비꼬았다.

김병민 비대위원도 “4월 보궐선거를 앞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다급해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관권선거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권력이 선거에 개입한 문제들이 세상에 드러났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궐선거를 불과 40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 갔다”며 “야당 후보를 이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 대놓고 관권선거, 대놓고 선거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최근 공식 회의를 앞두고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부산에 또 가야겠네’라는 혼잣말을 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까지 동원했나 보다”고 비아냥거렸다.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차라리 같은 당 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에 대통령으로서 국민께 죄송한 뜻을 표하려고 부산에 갔다고 한다면 염치라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재보궐 역사에 수치로 기록될 ‘떴다방’ 관권선거”라면서 “청와대는 부산시민을 뭘로 보는가”라고 비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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