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운 환동해연구원 원장
문충운 환동해연구원 원장

G2로 부상한 중국이 주변국들과 해양주권을 두고 충돌해 왔다. 작금에 압도적 해양강국인 미국과도 남중국해 등에서 해양패권을 두고 다반사로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홍콩과 대만 문제까지 겹치면서 미·중간에 군사적 긴장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패권전쟁에 나섰다. 미국은 자신들의 패권에 도전장을 던진 시진핑의 중국몽이 ‘악몽이 되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 독자행보에 나섰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연합·협력·제휴를 통해 대중(對中) 포위망 전선을 구축한다는 전략실행에 들어갔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료장비 및 의약품, 희토류 등 주요 제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제휴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들 핵심 소재 및 부품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본격화된 세계화는 종이호랑이였던 중국을 단숨에 G2로 비약시킨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미·중 간 패권 전쟁이 시작되면서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세계화의 종언’이 언급되고 있다. 세계경제 질서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특히 여러 경제공동체가 재편되거나 아니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국가 주도의 교역에는 정치·외교적 갈등이 작동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지만 우리 대법원의 징용공 보상 판결에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맞대응한 경우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이는 정치·외교적 문제에서보다 자유로운 도시나 민간 간의 교류·협력이 중요시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민간 주도의 교역은 불확실성이 낮아져 그만큼 지속가능한 장점을 지닌다. 필자가 운영하는 환동해연구원은 지난 2019년 9월 ‘포항의 환동해 국제도시 성장가능성’을 주제로 연 정책세미나에서 포항의 미래 성장 동력은 환동해에서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민간 주도의 ‘환동해경제공동체’를 구축, 여기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동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포항은 지역의 경제인단체·연구기관 등이 중심이 되어 환동해경제공동체 결성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포항은 이를 주도할 최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항만·공항·철도 등 교통은 물론 세계 최고수준의 산업 및 과학 인프라, 포항공대 등 세계적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풍부한 연구 인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환동해 거점도시 간 경제공동체 구축은 지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 마련함과 동시에 영일만 미래 100년을 위한 모멘텀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민간 주도의 포럼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시민의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 내고 넓혀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의 미래를 주도할 청년들이 보다 적극적, 능동적으로 이에 참여해야 한다.

신라의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노략질을 일삼던 당나라 해적들을 소탕하고 당과 신라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상교역을 주도해 ‘해상왕’이란 역사적 별칭을 얻었다. 지역의 청년들이 미래 성장 동력이 잠재된 환동해경제공동체 구축에 이어 포항의 숨은 보고인 환동해시장의 개척을 주도해 나가는, 영일만 제2의 장보고를 꿈꾸며 성장·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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