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6월 1일 저녁, 1만4000석 규모의 연세대 노천강당은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의 현장도 인기가수의 공연장도 아니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쳤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입장 대기 줄이 1㎞ 이상 늘어서는 등 딱딱한(?) 철학 강연에 펼쳐진, 동서고금을 통틀어 그 전례를 찾기 어려운 진풍경이었다.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2010년대 우리 사회에 ‘정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책은 그가 하버드대에서 강의했던 ‘정의’를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그의 강의는 하버드대의 인기 강의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200만 부 이상 팔려 밀리언셀러가 됐고, 그의 강의 또한 TV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가히 선풍적이었다. 10년 전에도 우리 국민이 정의에 얼마나 목말라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이 국내에 출간됐다. 우리 사회의 ‘공정’ 논란과 맞물려서인지 이 책 또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공정이다. 대학입시, 채용, 인사,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공정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보편이냐, 선별이냐 다투고 있다. 그는 아마 선별지급에 손을 들었을 것이다. 그의 공정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무력화,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최근의 가덕도 신공항 뒤집기에 이르기까지 그 약속이 깨지면서 이에 상처받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백성들이 총궐기했던 102번째 삼일절을 맞으면서 민초들은 지금 타는 목마름으로 상처받은 조국의 정의와 공정이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열망한다.
- 기자명 이상원 전 언론인
- 승인 2021.03.01 17:02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02일 화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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