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전부터 오르기 시작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 서민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가계 소득이 감소한 상태에서 식재료 가격의 상승이 이어져 서민 가정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주부들이 채소를 발코니에서 직접 재배까지 하는 지경이다.

2월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농산물 평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즉석밥과 콩나물, 두부 등의 가격이 뛴 데 이어 다른 식재료도 한꺼번에 값이 오르고 있다. 특히 주요 식자재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다. 주식인 쌀(20㎏)이 30.1% 오른 것을 비롯해 양파(㎏)가 3456원으로 평년보다 62.7%, 계란(특란 30개)이 44.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파는 ‘금(金)파’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대파(1㎏) 소매가격이 7200원 대로 한 달 전보다 40% 넘게 올랐다.

대형 마트에서 파 한 묶음을 집어 든 주부들이 가격표를 보고 눈을 의심할 정도다. 포항의 한 마트를 찾은 주부는 “부담 없이 사 먹던 대파 가격이 이렇게 오를지 몰랐다”면서 “파를 살까 말까하며 들었다 놓았다 했다”고 말했다. 맘 카페에서도 밥상물가 상승에 대한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장 보러 가기가 두렵다. 야채가 손 떨리다 못해 가슴 떨리게 비쌌다. 7000원 넘는 대파 가격에 ‘금파’라는 말이 실감 났다” 등 이었다.

농산물 뿐 아니라 생활용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 등 일부 화장품 가격이 6~14% 올랐다. CJ제일제당의 양념장, 고추장 등 가공식품 일부 품목도 6~9% 인상됐다. 대상도 다음 달부터 고추장 제품군의 가격을 평균 7% 올린다. 지난달 18일 파리바게뜨가 제품 가격을 평균 5.6% 인상한 데 이어 뚜레쥬르도 22일 가격을 약 9% 인상키로 했다.

세계적으로도 설탕과 콩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 이 같은 물가고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안정을 위해 회의를 열었다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가격 인상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물가인식’이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피해 구제에 20조 원 가까운 재정을 투입한다지만 이런 물가고를 잡지 않고는 경제 부양 효과도 반감될 것이다. 정부와 물가 당국은 서민물가, 밥상물가 안정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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