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문화재 식별’ 연구서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과 공동으로 가죽문화재를 분석한‘가죽문화재 식별 분석 공동연구서’로 발간했다.

가죽은 동물의 종류, 연령, 위치에 따라 표면과 단면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연구서에는 국제 표준인 ‘현미경 조사를 통한 가죽 동정(ISO 17131)’에 따라 현생(現生) 가죽 분석 자료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가죽문화재 분석 자료의 비교를 통해 가죽의 종류를 식별한 내용을 담았다.

동정(同定, identification)은 동일함을 확인하는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현재 약 450여 점의 가죽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나, 그동안 가죽문화재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았고, 시료를 채취해야만 분석할 수 있는 한계 때문에 식별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국립고궁박물관은 2010년부터 이어진 박물관 자체 연구와 2020년 6월부터 진행한 한국의류시험연구원과의 공동연구로 가죽문화재 종류와 재질에 대한 정보를 축적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가죽의 표면과 단면의 분석을 통해 식별이 가능한 가죽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을 담아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가죽문화재에 대한 재질 규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수록했다.
전어도(傳御刀) 표면단면 분석 결과.난생(상어가죽)
이번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가죽 문화재는 대부분 태생동물(胎生, 소나 돼지, 개 등 포유류) 가죽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록(어보를 담는 가죽함), 호갑(護匣, 어보를 이동할 때 보록을 담는 가죽함) 등의 보관함, 북의 일종인 절고(節鼓)와 진고(晉鼓) 등의 타악기와 방패(防牌, 干), 궁대(弓袋, 활집), 시복(矢腹, 화살통) 같은 무구류는 단단하고 견고한 하이드(Hide, 소나 곰 등 몸집이 큰 동물) 계열의 가죽이 주로 사용됐다.

반면, 장식의 용도로 사용되는 곳에는 어피(물고기 가죽)나 스킨(Skin, 어리거나 몸집 작은 동물) 계열의 가죽이 주로 사용됐다.

특히, 전어도(傳御刀, 왕이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 칼) 등 칼의 손잡이에는 상어 가죽이 사용됐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태생동물 가죽이 아닌 난생(어류)동물 가죽이라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다.

호갑(護匣)은 어보를 담은 보록과 인주를 담은 주록을 각각 양쪽에 담아 이동할 때 사용한 가죽함이고 보록은 어보를 담은 외함이다.

절고(節鼓)는 붉게 칠한 나무 궤 위에 구멍을 뚫어 막아 두드리는 북이고 진고(晉鼓)는 통이 긴 북으로 나무 틀 위에 놓고 친다.

크기 차이에 따른 분류는 하이드(Hide) 계열은 소, 큰 사슴, 곰 등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동물이고 스킨(Skin) 계열은 송아지 등 어린 동물, 설치류, 염소, 양 등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동물이다.

출생방식 차이에 따른 분류
출생방식 차이에 따른 분류는 태생(胎生)은 소, 돼지, 개 등 포유류이고 난생(卵生)은 상어, 가오리 등 어류이다.

이번에 발간된 공동연구 보고서는 가죽 재질의 식별에 대한 과학적인 규명을 시도한 국내 첫 사례로, 이를 통해 가죽 재질 문화재에 대한 시기별·제작기법별 분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발간된 연구서는 국공립 도서관, 박물관, 연구기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며,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http://www.gogung.go.kr, 보고서 원문서비스)에도 공개해 누구나 열람하게 할 예정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으로, 소장 가죽문화재 식별 분석 정보를 거대자료(빅데이터)로 구축하고, 연구결과를 학계는 물론 국민에게도 공유해 문화재 환수, 구입, 복원·복제품 제작, 학술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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