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취업 시장 좁아지자 '빚투'·'영끌'로 눈 돌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10~30대 상담이용 전년비 큰 폭 증가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한때 7천 150만원에 육박하며 국내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연합
최근 군대에서 전역한 대학생 A(23)씨는 지난 2월부터 복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부모님 몰래 대학 등록금과 군인 시절 모았던 월급 등 약 500만원을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했으나 수익이 나질 않아 현금화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A씨가 털어 넣은 목돈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반토막 났고,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복학했다는 거짓말을 한 채 자취방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입은 손해를 발판 삼아 또 다른 투자로 더 큰 수익을 내겠다는 마음을 접지 않았다.

A씨는 “군대에서 만난 선임으로부터 추천 받아 시도한 첫 코인투자에서 2배가량의 수익을 내면서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취업도 막막한데 복학하는 것보다 주식·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클 것 같아 투자에서 쉽사리 손을 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의 늪에 빠진 청년층이 늘어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투자금을 장만한다며 등록금을 끌어다 쓰거나 대출을 받는 등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면서 한탕주의가 낳은 ‘주식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4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과 코인 투자로 인한 상담 건수는 5523건으로 전년(3540건)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중독으로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71.8% 늘었다.

20대 청년층의 상담 이용 인원은 전년보다 223% 크게 증가했다. 10대에서도 2018∼2019년에 투자 관련 상담은 0건 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총 25명이 센터 헬프라인을 통해 상담받은 바 있다.

또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2030세대의 신규 계좌 수는 35만3311좌로 전년 동월(5만2048좌)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2만2369좌에서 17만3189좌, 30대는 2만9679좌에서 18만122좌로 급격한 증가량을 보였다.

투자 도박에 빠진 이들에게서 ‘한탕’을 노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초기에 돈을 번 경험을 잊지 못하고 원칙을 토대로 하는 ‘투자’가 아닌 ‘투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여기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퍼지는 것도 주식에 빠지게 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 환경이 위축되고 취업 시장마저 좁아지면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주식으로 눈 돌린 청년이 대폭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센터 설립 이후 헬프라인을 통해 주식 등 투자 문제를 호소한 내담자는 3∼5% 수준”이라며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 문제로 상담받는 경우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는 투자를 재테크로만 생각해 과몰입의 부작용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거나 주변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격 매수를 한다면 중독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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