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돼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일람표에 등록한 문화재를 ‘세계문화유산’이라 한다.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지난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하회마을이 600년 역사를 간직한 마을의 정취를 잃어가고 있다. 여러 건물들이 불법적으로 증·개축 되고, 전동차량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고 있어서 예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찾기 어렵다.

이렇게 방치 하다가는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나 오만 ‘아리비아 오릭스 보호지역’처럼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엘베 계곡은 유산 지역 내에 새 다리를 건설해 세계유산 자격을 잃었고, 오릭스 보호구역은 보호구역 축소와 서식지 파괴로 유산 지정이 취소됐다.

하회마을도 세계유산 지정 당시의 원형이 크게 훼손되고 있어서 자칫 세계유산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 하회마을 초가집과 기와집 130여 가구 대부분이 화장실과 다용도실, 보일러실 등을 불법으로 증·개축 했다.

여기에다 수년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온 전동차 운행도 중지되지 않고 있다. 문제점 지적 이후 대책 마련은커녕 오히려 전동차 운행이 더 늘어났다. 전동차가 600년 된 문화재 담벼락을 들이받아 파손시키고, 마을 주민 차량은 물론 보행자와 충돌하는 등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전통가옥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전동차를 피하느라 진땀을 흘릴 지경이다. 여기에다 운전면허도 없는 관람객들에게 전동차를 대여하는 불법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데도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안동시는 손 놓고 있다.

이런 난장판을 두고 문화재청과 안동시는 국비와 시·도비 등 혈세 90억 원을 들여 661㎡(200평) 규모 방문객센터를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지금의 매·검표소 만으로도 충분한데 혈세만 낭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 문화재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문화재청은 원형이 심하게 훼손되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하회마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문화재청은 방문객센터 건립보다 먼저 하회마을 현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주민의 복지와 연계한 마을의 원형 보존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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