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서 청송군문화·지질해설사
최인서 청송군문화·지질해설사

“안녕하세요? 쑥떡 좀 사려고 합니다.” “야아” “포장해 둔 거는 없나 봐요?” “콩가리 묻히는교? 안 묻히는교? 우리가 농사 지은기라가 콩가리 맛이 있는데도 꿀 찍어 먹는다꼬 싫어라 하는 사람도 있어가.”

“예 그렇군요. 그럼 오천 원 어치가 몇 개 인지 몰라서 두 명 먹을 껀데….” 라고 말끝을 흐리자 어르신께서 “그라만 다섯 개 정도 될낀데 그래 사도 실컷 되니더.” 하신다. “예 그럼 그렇게 주세요. 그란데 우짜꼬, 나는 주인이 아인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스크 너머 어르신을 보니 “여 주인이 고등어 사러 장에 가디만 여직 안 오노” 하신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제가 볼일 한바퀴 보고 다시 올까요?” 했더니 “그라만 될시더” 하신다.

실은 아무런 볼일도 없었지만 내심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용전천 강변길, 그리고 주왕산관광호텔 앞을 지나 약수탕 초입까지 꽃 길 따라 드라이브라도 즐기고, 다시 떡 방앗간 들렀다가 집으로 가야지 했다. 어르신 덕분에 생긴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스카프를 휘날리며 자동차 문을 반 정도 열고 달리는 만개한 벚꽃 길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절정의 봄날이었다. 십분 정도 됐으려나? 쫀득쫀득한 쑥떡을 남편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 혼자만의 분위기에 취해 더 먼 길을 돌아가라는 꽃길의 유혹을 물리치고 방앗간 앞 주차.

“아이고야 요클 예쁜 차를 타고 내리노. 울 집에 오는교?” “아 예 안녕하세요. 아까 쑥떡 예약해 놓고 갔거든요.” “예 임동띠기 한테 들었니더. 간고디 사러 갔다 왔다 아인겨”라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만 원짜리 청송화폐 한 장을 지불했더니 아주머니 왈. “우짜노 아까 전에 오늘 장사 시마이다 시퍼서 다 넣어 삐고 잔 전이 없는데.” 순간 “그럼 제가 떡을 만원어치 살게요”라고 했더니 “콩가리는 억수로 빨리 빈했삔다. 둘이 먹는다 안캤나?” 그 순간 나는 ‘식구 둘이라서 쑥떡 오천 원어치 구입한다’는 정보까지 공유하셨단 말이지 라고 생각했다.

“꼭 다시 올 새댁이 같더라 까지 덧붙이셨다.” 앞치마 여기저기서 잔돈 4000원을 찾으시고 좋아하시더니 “우짜노 천원이 모자란데이” 상황이 재미나고 인상착의에서 ‘꼭 다시 올 새댁’이 라는 말씀에

신뢰성 있는 이미지란 말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예요 그럼 제게 사천 원만 나머지 돈으로 받을 게요” 라고 마스크 너머 눈으로 웃었더니 “아이다 그라만 어짜노. 별 계산이 다 있다 안 카겠나 하하하 연신 웃으신다.” “괜찮아요” 하고 나도 환히 웃었다.

떡을 받고 계산도 끝내고 “맛있게 잘 먹을게요. 수고하세요”라고 마무리 인사를 건네는데 “새댁이는 알라는가 모르겠다. 여 있다”라며 건네시는 비닐봉지 안에는 쑥떡에 묻힌 콩가루가 들어있었다. 아주머니의 설명은 볶아서 곱게 빻아 놓았으니 찰밥이나 그냥 멥쌀밥에 비벼서 먹어 보라신다. 그런 환상적인 궁합이 없다면서. 가슴에 스며드는 것은 정이라는 물음표만 여운처럼 따스게 남았다. 오늘 퇴근하면 찰밥 지어 콩가리에 살살 비벼 먹어볼까? 2021년 봄 청송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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