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장섭(포항시 국제교류 파견공무원)

포항시와 자매도시인 일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福山市)에 국제교류 파견공무원으로 발령받아 이곳에 온 지 한달이 되었다. 비록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달 중순 이곳 후쿠야마시의 가장 큰 축제인 '장미축제'를 직접 보는 행운을 안았다. 포항시의 각종 축제와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었다. 한마디로 일본의 축제는 형식보다 내용(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을 중요시 했다.

특히 후쿠야마시는 이번 포항시가 많은 축하사절단을 파견해 준데 대해 고마워했다. 처음 이곳에 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원룸을 얻었지만 내부시설은 전무했다. 때문에 나는 TV, 냉장고, 침대, 주방기구, 이불 등 한 살림을 모두 개인경비로 준비를 해야 했다. 하루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로 밤을 지세우기도 했다.

나는 여기 공무원과 똑같이 8시30분 출근해서 5시30분에 퇴근을 한다. 내가 속한 부서는 생활상담과로 국제교류업무, 시민어학교육(영어, 중국어, 한국어)등의 역할을 한다. 후쿠야마 시청에 출근하면서 새롭게 느끼고 배우는 것이 너무 많다. 한국(특히 포항시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 훌륭한 업무환경을 갖춘 시청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곳 공무원들은 8시10분에서 30분 사이에 출근을 한다.

하지만 먼저 온 사람들은 절대 사무실 불을 켜지 않는다. 컴컴한 가운데 업무준비를 한다. 8시30분이 되어야 전기가 들어온다. 점심시간 한 시간도 전기와 컴퓨터를 꺼야 한다. 그리고 오후 1시가 되어야 사무실 불을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관공서의 경우 가장 흔한 것이 복사기며, 복사용지다. 하지만 여기의 모든 공문서, 복사용지는 재활용 갱지다. 정말 하얗고 질 좋은 종이는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 뿐만 아니라 3개부서가 공동사용 하는 복사실이 따로 있을 뿐 아니라 1회 최대 20장밖에 복사 할 수 없다. 그 외 별도로 복사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시청 5층에서 허가를 받고 복사를 해야 한다. 물론 돈 많이 드는 칼라복사기나 스캐너 등은 아예 없다.

또한 이면지도 버리는 일이 없다. 4분의 1등분해서 짤라서 메모지로 활용하고 다 사용하면 종이는 별도 모아 분리수거로 재활용한다. 사무실에서도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분리수거, 재활용을 한다.

업무시간은 우리와 8시간 같지만 후쿠야마 시청은 개인별 인터넷과 메일이 없다. 한 부서에 30여명이 있지만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는 1대 밖에 없다. 메일도 개인메일이 아닌 부서 메일이다. 한국의 경우 많은 시간을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거나, 보지 않아도 되는 정보탐색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이곳은 순전한 업무로만 8시간을 일하는데 하나같이 즐거운 마음이다.

또 특이한 것은 시청에 자전거 주차장이 가장 가까이, 매우 넓게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직원들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5분 거리도 택시를 타야 했던 나 역시 여기서는 왕복 20분거리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많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하나 말 뿐이지, 실천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이곳에서 생활하다보면 지금 한국 생활의 경우 30% 이상을 절약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사는 조그마한 원룸 화장실에서 일본인들의 절약 정신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 대소변 스위치가 따로 있을 뿐 아니라 물 보충은 밖에서 안으로 하기 때문에 사후 충분히 손을 씻을수 있는 재활용 시스템이다. 절약이 다 경쟁력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하지만 한번정도 우리 자신을 뒤돌아 보고 배울것은 배워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선 내가정에 생활비가 줄어들어 개인 가계에 도움이 되고, 더불어 국가 경쟁력도 생기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편집자=)본지는 포항시와 후쿠야마시와의 교류 협력과 함께 고유가 시대를 맞아 일본인들의 절약정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몇차례에 걸쳐 편씨의 글을 싣고자 합니다.

필자 편장섭씨는 포항시 공무원(행정 6급)으로 올해 4월부터 포항시와 자매도시인 후쿠야마시에 파견,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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