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즙 가득 담백한 떡갈비와 보약같은 대추 '환상의 이중주'
음식대전·경연 줄줄이 우승한 손 맛…향토음식점 ‘뜰안’

대추떡갈비 한상차림.
대추떡갈비 한상차림. 백종훈 기자

조율이시. 감, 밤, 배 등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 과실 중 으뜸으로 치는 과실이 바로 대추다. 대추나무 연줄 걸리듯이라며 얽히고설킨 우리네 삶을 잘 연출해 주기도 하는 친숙한 대추나무. 그 나무에 열린 열매이기에 누구나 느끼게 되는 고향의 향수가 묻어나는 과실이다. 잘 말려진 대추는 과육이 달고 부드럽다. 그러기에 대추를 재료로 해 만드는 전통음식도 여러 가지이다. 경북에서 대추의 고장이라고 하면 경산과 봉화를 손꼽는다. 경산의 대추 떡갈비와 봉화 대추구리 경단은 오랜 우리의 맛을 이어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추 최대 주산지는 바로 경산이다.

경산 대추떡갈비 전문 향토음식점 ‘뜰안’
대추와 은행. 백종훈 기자

△보약 같은 대추, 상차림 품격 추임새

우리 선조들은 혼례상이나 회갑연 잔치상, 제사상을 막론하고 대추를 빼놓지 않고 상차림 했다. 대추를 보고 집어먹지 않으면 늙는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장 상인들조차 지나가는 행인이 대추를 집어 먹어도 그냥 웃고 있을 만큼 인심 넉넉한 과실이기도 하다.

웬만한 보약 첩에도 약방 감초처럼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이 또 건대추다. 동의보감에서도 ‘대추는 위장을 튼튼히 하고 경맥을 보호하며 오래 먹으면 늙지 않는다’ 할 정도로 항노화 약제로서의 격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추는 성질이 순해서 음식 재료로서의 가치도 높게 평가해 왔다. 예를 들면 닭백숙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보편적 보양식 재료이기도 하다. 우리 전통음식에 있어서도 대추는 잘게 썰어서 고명으로 슬쩍 올려놓기만 해도 음식의 품격을 높여 주는 등 다양하고 다채롭게 식재료로 쓰여 왔다. 그러기에 그 옛날 집집마다 말린 대추를 잘 갈무리하여 일 년 내내 사시사철 음식재료로 사용해 왔다.

유명하기로 소문난 맛집 경산 대추떡갈비, 대추불고기 집을 찾아 대추로 만든 전통음식의 경쟁력을 알아본다.

두부구이 파김치.
두부구이 파김치. 백종훈 기자

△행복감에 젖게 하는 대추떡갈비 한점

“어서 오세요. 얼른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경산시 암양읍내 ‘뜰안’(부적 5리 509)이라는 간판을 건 대추떡갈비 전문점. 이 집 최정민(67) 대표가 한걸음에 사람을 반긴다.

“경산에 와서 대추를 안 먹으면 늙어요.” 최 사장은 오래전부터 ‘대추를 먹으면 백 년이 젊어진다’ 라는 슬로건으로 경산 특산품 대추를 활용한 향토음식점을 운영해 왔다. 경산의 전통적 음식문화를 앞장서 창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최 사장은 벌써 전통음식 30년 전통을 자랑한다.

대추떡갈비를 비롯해 대추불고기를 주메뉴로 고향 어머니의 밥상 같은 상차림을 대할 수 있는 이곳은 대추를 가마솥으로 달여서 대추고를 만들어 식재료로 사용한다.

이 집 대추 떡갈비는 2014년 경산시 대추축제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성 들여 고아낸 대추고(진액)를 떡갈비와 불고기 양념으로 듬뿍 넣는 게 맛의 비결이면 비결이지요.” 최 사장은 떡갈비와 불고기의 감칠맛은 바로 대추고에 있다며 인공 단맛이 아닌 천연재료의 단맛을 활용하기에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차려지는 상차림은 모두 우리 부부가 직접 농장에서 농사를 지은 채소를 수확해 만든 겁니다. 대추도 모두 우리 농장에서 생산한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감자조림에 두부구이 파김치 익숙하고 건강한 반찬들로 먹음직하고 푸짐하게 담겨져 정갈하고 수수하다. 이 집 뜰안의 반찬은 매일 매일 그때그때 손에 닿는 식재료로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이 접시 저 접시 반찬을 앞으로 당겨 주며 연신 맛보라고 권하는 모습도 엄마 같다.

“우리 집 밥상은 화려하진 않아요.” 라는 소개를 듣고 있지만, 필자의 눈엔 더 이상의 화려한 밥상이 욕심나지 않을 만큼 군침이 도는 반찬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보인다 .

먼저 큼지막한 떡갈비를 집어 보았다. 두툼한 모양새나 구수한 냄새, 잘 구워진 색감에 최정민 대표의 정성과 솜씨가 엿보인다. 여느 집 같으면 기름기가 줄줄 흐를 터인데 이 집 떡갈비는 그렇지 않다.

“백 년을 젋게 산다는 슬로건에 맞게 떡갈비를 담백하게 만들어야지요.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사용하면 식감이 부드럽긴 하지만 건강에는 이롭지 않거든요. 우리집 떡갈비는 구울 때 기름을 전혀 넣지 않고 습열로 구워냅니다.”

“오븐에 구우면 편하긴 하지만 그렇게 떡갈비를 익히게 되면 육즙이 다 빠져서 수축이 되고 육질이 딱딱 해지거든요. 그래서 팬에 떡갈비를 넣고 물을 몇 방을 떨어트린 후에 뚜껑을 닫고 익혀 내죠.”

이렇게 구워낸 떡갈비의 맛은 기름기가 거의 없는 듯하지만 촉촉하고 퍽퍽한 식감이 전혀 없다. 대추고 진액이 고기 기름을 대신해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 추임새 역할을 한단다.

대추의 진한 향과 맛 또한 깊은 맛을 더 해주고 부족한 육즙을 보강해 준다고 한다. 기대에 걸맞은 음식을 대했을 때처럼 이 집 떡갈비 하나에 큰 보양식을 얻어먹은 양 기분이 마냥 업 되는 느낌이 든다.

대추 불고기
대추 불고기. 백종훈 기자

△우리 한식을 세계인들이 즐길 때까지

"뜰안은 엄마가 만드는 세상, 소박한 밥집입니다."
최정민 대표는 대외적인 바쁜 일상에서도 남편과 함께 농장에서 농사도 짓고 메주도 만들고, 된장도 직접 담근다고 한다. 뜰안의 장독대에는 부부가 담가둔 된장, 고추장은 물론 어육장, 팥간장, 밑장, 막장, 진장, 청장 등등 이름도 듣기 쉽잖은 각종 장류가 즐비하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br>​​​​​​​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이 집 된장은 아주 걸품이다.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손수 담근 된장이기도 하지만 누렇게 발효된 색깔에서부터 짜지 않고 구수한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식구가 많은 종갓집에서 나고 자라서 어릴 때부터 익힌 타고난 간잡이의 손맛으로 요리를 하고 있지만 모 방송 한식대첩에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쥔 요리대가의 손맛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 딸림 반찬 하나하나도 예사롭지가 않다. 떡갈비 상위에 따라 오른 ‘고추장물’이라는 반찬이 눈길을 끌었다. 청양고추와 풋고추를 다져 넣고 다진 양파도 넣어 볶다가 멸치가루를 넣어 만든다는 고추장물은 전형적인 우리 경상도식 반찬이다. 떡갈비에 소스처럼 찍어도 좋고 쌀밥에 얹어 먹어도 매콤짭짤한 게 별미다. 또한 여러 가지 버섯을 넣고 만든 간장샐러드 소소도 감칠맛이 제대로다.

“제가 먹고 자라 기억하고 있는 소중한 우리 음식을 위해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특히 발효음식 분야는 고증을 통해 더욱 연구하여 먼 훗날에도 미래 세대들이 우리의 맛을 기억할 수 있도록 후학을 양성하고 세계에도 널리 자랑하고 싶습니다.” 지역대학과 홈쇼핑 방송에서도 향토요리 전문가로서 열심히 활동 중인 최 대표는 “음식은 정성이고 우리 문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한식이 지구촌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식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최정민 대표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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