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영양도 만점…전국적으로 소문난 '여름 보양식 끝판왕'
반변천서 직접 잡은 자연산 강잉어 사용해 육질부터 남달라
담근 된장·오미자청으로 만든 매콤한 양념장 '감칠맛 가득'

잉어찜. 백종훈 기자

낙동강은 강원도 황지 함백산에서 발원한다. 이곳에서 시작된 흐름은 봉화를 거쳐 남쪽인 안동 용상동에 이르러 안동의 반변천과 합류한다. 여기서 낙동강은 비로소 강의 규모가 되고 큰 물줄기를 형성하게 된다.

환경적으로 강 최상류계에 위치한 안동 용상동 주민들은 예부터 북쪽에서 흘러오는 낙동강을 낙천, 청송 영양에서 흘러드는 반변천을 동천이라고 부른다. 낙천과 동천이 만나서 낙동강. 하천 규모의 낙동강은 바로 이 두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 용상동에서 비로소 강의 규모를 이루어 실제 낙동강의 발원지는 이곳이라고 주장한다. 낙동강과 반변천은 물론 안동호와 임하호가 자리한 이곳은 물이 맑을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은어, 쏘가리, 잉어, 메기, 뱀장어 등 민물 어종이 다양하기 그지없다. 때문에 용상동에서 민물고기 음식이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 이상할 게 아니다.

꺽지조림, 쏘가리매운탕, 메기찜, 장어탕, 용봉탕, 빙어조림, 은어구이, 골뱅이국을 비롯해 붕어탕, 피라미조림 등 전형적인 강촌마을 용상동의 민물고기 음식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그중에서 전국적으로 소문난 음식은 바로 안동잉어찜이다.

△민물어부가 직접 운영하는 용상물고기식당

안동에는 아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민물고기 맛집이 여럿이 있다. 하지만 안동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어로업자 민물어부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은 흔하지 않다. 안동잉어찜을 개발한 잉어찜. 그 시조가 된 원조 민물고기 요리전문점 용상물고기식당(대표 노명일)이 바로 그곳이다. 안동시 마들6길-2에 자리한 이 식당은 한옥을 식당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오랜 업력을 증명이라도 보여 주는 듯하다.

“벌써 50년이 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반변천 선어대에서 물고기를 잡으시고 어머니께서 매운탕 장사를 하셨는데 아버지가 하시는 힘든 물고기잡이 일을 거들고 돕다가 보니 보고 배운 게 그만 물고기 잡는 일이라 제가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노 사장의 모친이 매운탕 장사를 시작한 게 1970년 초.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다.

“아버지께서 팔뚝만 한 잉어를 자주 잡아 오셨는데 당시에는 그냥 푹 고아 내는 잉어탕 외엔 특별한 조리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팔고 남은 잉어는 어쩔 도리가 없어 이웃에 나눠주곤 했지요.”

‘매운탕처럼 잉어를 요리해 파는 방법이 없을까?’ ‘인기 있는 안동 찜닭처럼 잉어요리를 해낸다면 어떨까?’ 노 사장 어머니의 고민은 바로 요리개발로 이어졌다. 물에 삶아내기만 하던 잉어에 양념을 얹어 증기로 찌고, 거기에 고명으로 갖은 양념과 채소를 얹고, 매콤한 고추장 양념장을 듬뿍 끼얹은 다음 데친 콩나물을 곁들여 내는 안동잉어찜은 그렇게 탄생해 지금까지 안동잉어찜 원조집으로 이어오고 있다. 매운 고추장을 주재료로 만든 매콤한 양념과 각종 아삭한 콩나물과 채소를 함께 버무려 먹는 잉어찜의 감칠맛은 한번 먹어본 사람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잉어찜 한상차림. 백종훈 기자

△펄떡펄떡 반변천 강 잉어를 재료로, 육질부터 달라

이 집 잉어찜은 여느 매운탕집에서 하는 요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반변천 빠른 물살을 거슬러 올라다니는 날렵한 강잉어를 재료로 쓰기에 육질부터 다르다. 때문에 이 집 잉어찜을 맛보기 위해서 예약을 하는 손님들이 연일 장사진이다. 오랜 전통을 말해주는 듯 서울·대구 등 전국적인 식도락가들이 단골손님들이다.

“잉어찜은 반변천에서 나는 잉어가 최고이지요.” 노 사장은 깨끗한 강에서 잡은 잉어라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에서 잡은 잉어나 양식장에서 기른 잉어는 육질이 무르고 해금내가 나서 못 쓴다고 한다.

“어부로 살아오고 또 제가 잡은 자연산 민물고기만 사용한다는 고집은 버릴 수가 없지요” 특히 자신의 노력으로 잡은 잉어니 만큼 원룟값은 땀값일 뿐 돈이 들지 않으니 원재룟값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산을 직접 잡아 쓸 수밖에. 용상물고기식당이 전국에 알려진 안동잉어찜 원조집이니만큼 민물고기 요리에 대한 노씨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손질된 잉어.
손질된 잉어. 백종훈 기자

△여름철 원기 회복에 최고, 안동잉어찜 요리법

잉어찜용으로는 체장이 35~40cm 정도의 잉어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맛 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주문과 함께 살아있는 잉어를 잡아 바로 요리한다. 그래야 육질이 야들야들하다고 한다.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비늘을 긁어낸다. 자연산 잉어의 비늘은 단단하다. 마치 갑옷을 입은 듯 잘 벗겨지지 않는다. 양식 잉어와 다른점은 요리 과정에서도 발견된다. 생선의 비린내는 대부분이 비늘에서 나온다. 민물고기도 마찬가지다.

잉어찜은 무엇보다 미세한 비린내를 없애 주는 게 관건이다.

노 사장은 잉어 손질은 현란할 정도, 순식간에 다듬어 놓고 번철을 집어 든다. 우선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칼집을 넣은 잉어를 뒤집어 가며 양쪽을 2~3분씩 번갈아 가며 살짝 지져낸 다음 잉어 뱃속까지 양념을 듬뿍 올려주고 잉어 살 위에도 양념을 듬뿍 발라서 30여 분 정도 찜을 시작한다.

이 집의 잉어찜의 특제 양념은 노 사장 어머니가 만든 그때 그대로 50년 전통이 스며있다. 직접 담은 재래식 된장과 태양초 고춧가루와 고추장 등의 양념과 매실, 오미자를 청을 담아 숙성시킨 후 사용한다고 귀띔한다.

용상물고기식당 안동잉어찜의 매콤한 감칠맛 비법은 이렇게 양념고추장 맛 내기가 출발이다.

△50년 전통 2대째 가업, 안동잉어찜 내림 맛 전수

반찬은 부인이 손수 만들어 준비한다. 주로 제철 나물로 만들어진 담백하고 간단한 장아찌다. 짭짤한 반찬은 매운탕과 잉어찜에 추임새 역할을 맡는다. 기본 찬류가 차려지고 팽이버섯과 부추, 미나리가 고명으로 올려진 푸짐한 안동잉어찜이 김을 내며 상에 올려지고. 이어서 돌솥비빔밥과 바로 삶아 데친 콩나물까지 푸짐하게 차려낸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첫 번째 젓가락은 뽀얀 잉어속살을 집어 잉어와 함께 푹 쪄진 양념장에 살짝 찍어서 입 안에 넣어 봤다. 환상적인 맛이다. 잉어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과 매콤한 양념고추장 맛이 어우러지는 맛이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감칠맛이다. 간단히 비교하면 매운탕은 물냉면, 잉어찜은 비빔냉면이라고 할까. 몸보신이 된다는 느낌이 젓가락마다 이어진다. 두 번째 젓가락은 갓 삶아 낸 콩나물을 잉어찜 양념에 슬슬 버무려 한입 가득 씹어 보는 맛이다. 콩나물과 어우러진 잉어찜 양념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시원하다는 맛도 이럴 때 쓰는 맛이다.

 

 

“쏘가리나 잉어, 뱀장어는 수족관에서 주문과 동시에 잡아 식재료는 살아 있는 활어만 사용을 합니다. 수족관의 물관리는 하루에 3번씩 갈아 주지요.”

노 사장은 깨끗한 물관리가 자연산 잉어 특유의 해금내를 깔끔하게 잡아 주는 비법 중의 하나라고 했다.

따뜻한 돌솥밥과 함께 먹는 안동잉어찜의 맛. 이어 돌솥에 부어 두었던 구수한 누룽지를 떠먹는 것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 주기도 한다.

용상물고기식당을 들여다 보면 뭐니뭐니해도 낙동강 상류 청정수역 민물고기가 우리 입맛과 음식재료에 아주 어울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때문에 지금도 대구 경북 최대 민물고기 시장인 대구 칠곡시장에 가면 안동지방 반변천 민물고기는 귀한 대접을 받아 한금 더 쳐준다고 한다.
 

잉어.
잉어. 백종훈 기자

◇잉어의 효능

잉어는 질 좋은 단백질과 소화성이 좋은 지방, 칼슘과 비타민이 많아 예부터 임산수유부나 병중 병후 원기회복에 많이 쓰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잉어는 좋은 보신 재료로 꼽았다. 3국 모두 아주 독특한 잉어요리 전통음식이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기원전 약 500년경의 중국 문헌인 양어경(養魚經)과 우리나라 문헌인 장경에 소개되었을 정도로 유래가 깊은 잉어는 조선시대에 귀한 건강식 중 하나였다. 궁궐에서는 왕가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잉어곰탕이 있었으며, 특히 임신 및 출산한 왕비, 왕세자의 건강을 위해서 수라간에서 많이 달였다고 전해진다.

동의보감에서도 잉어의 효능을 엿볼 수 있는데, 물고기 중에서 가장 약으로 많이 사용하는 어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본초강목에는 잉어를 민물고기의 왕으로 소개하여 예부터 잉어의 영양성분과 효능이 뛰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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