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미꾸라지+60년 손 맛…담백·시원한 '이열치열 여름 보양식'

청도추어탕. 백종훈 기자

△여름 보양식 맛집‘청도추어탕 거리‘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맑은 청도.

영남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한 청도는 예로부터 청도역 역세권이 중심지였다. 청도 전통 오일장도 이곳에 서고, 버스터미널도 가까이 있기에 당연히 청도역 역세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중에서도 청도역전 대표 먹거리는 추어탕이다.

청도역 앞에는 저마다 40년, 50년, 60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추어탕 집들이 즐비하다. 음식점을 골라잡기 난감할 정도다.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추어탕에 대한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어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국에 유명한 추어탕은 청도 이외에도 또 한곳이 있다. 전라도 남원추어탕이다. 전라도 추어탕과는 달리 독특한 경상도 추어탕 맛을 이어 오고 있는 곳이 바로 청도추어탕이다.

청도추어탕은 경상북도 대표 음식에 선정된 음식이다. 특징은 이곳 청도의 양대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청도천과 동창천에서 자생하는 꺽지, 메기, 동사리, 빠가사리 등의 잡어와 토종 미꾸라지를 함께 사용한다는 데 있으며 들깻가루나 집어리를 풀지 않아서 다른 지역 추어탕에 비해 국물이 맑고 담백하고 시원하게 끓여 내는 게 특징이다.

△3대째 이어 온 청도 ‘알토랑추어탕’.

전국적으로 명성을 갖고 있는 청도역전 추어탕 거리에서 현지 청도사람 다수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집은 바로 ‘알토랑추어탕’집이다.

이곳은 어머니 유재선(58)씨와 아들 조재광(33)씨가 함께 운영하는 추어탕 전문점이다. 60년 손맛을 자랑하는 이곳 ‘알토랑 추어탕’은 어머니 유씨의 손맛이다. 미꾸라지를 해감시키고 삶고 뼈를 걸러 내고 온갖 정성이 들어가는 고된 조리과정은 아들 조재광 씨가 맡아서 한다. 두 모자가 이렇게 함께 매일 매일 한 그릇의 보약 같은 추어탕을 만들어 낸다.

“저는 시어머님한테서 배운 그대로 우리 청도 추어탕을 옛 방식대로 끓여내고 있고 맛도 옛날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해 내려고 애쓰고 있지요. 미꾸라지는 2, 3일 동안 하루 세 번씩 물을 갈아 주면서 충분히 해감을 시킨 다음 사용해야 잡내가 나지 않습니다.”

“민물고기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잡아 오는 물고기들은 소포장으로 해서 바로바로 영하 40도로 급랭을 해두고 그때그때 사용을 하지요.”

큰 가마솥에 물이 끓으면 미꾸라지와 함께 물고기들을 넣고 푹 끓이기 시작하는데 끓이고 익히는 시간이 추어탕 맛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추어탕을 뚝배기에 담고 있다. 백종훈 기자

너무 오래 끓이면 추어탕의 국물이 맑지 않고 탁하게 되며, 그렇다고 설 익혀 내면 물고기에서 구수한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으며, 살을 으깨어 주는 과정에서 곱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깔끔하면서도 진한 육수 국물 맛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고 한다.

“청도 추어탕은 인공 조미료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민물고기를 푹 고아내는 자체로 버섯 삶을 때처럼 낭랑한 맛이 나기 때문에 추어탕과 조미료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재료이지요.”
 

미꾸라지 튀김. 백종훈 기자

△단배추 우거지와 미꾸라지 육수의 황홀한 어울림.

현지인의 맛집 추천답게 맛깔스러운 기본 반찬이 상위에 먼저 차려지는데 갓 버무려 낸 시원한 무생채가 눈길을 끌었다.

매일 담는다는 맛난 김치. 백종훈 기자
과일청을 넣어 버무린 오이무침. 백종훈 기자

생양파와 채를 썬 당근의 싱싱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한 오이무침과 방금 버무린 듯 양념 냄새가 솔솔 나는 배추김치, 그리고 달지도 짜지도 않게 조려 낸 우엉조림의 4가지 찬이었지만, 추어탕 추임새 반찬으로 어느 하나 손색이 없었다.

추어탕보다도 빨리 밥이 나와서 저 반찬 맛 한번 제대로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도록 하니 전후와 주객이 전도된 것이 되는 걸까.
 

맑은 추어탕과 잘 어울리는 무생채. 백종훈 기자
간이 딱 맞는 우엉조림. 백종훈 기자
잎새만두. 백종훈 기자

“1인분에 7000원짜리 추어탕이라고 김치 하나 달랑 손님상에 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이 집 주인 어머니 유씨가 상을 차리다 웃는다. “주로 시골 반찬이지만 찾아 주시는 손님들께 우리 청도의 밥상을 선보여야 하기에 추어탕에 곁들이는 반찬은 주로 청도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이용하는 편입니다.”

드디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채로 나오는 청도 추어탕의 모습은 여타 지방 추어탕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우선 맑은 국물이 독특하다. 잘 삶아진 부드러운 단배추 우거지가 가득하다. 뚝배기도 큼직하다. 다진 마늘과 다진 청양고추가 곁들여 나오는 것은 여느 추어탕 집과 마찬가지. 추어탕에 약방감초. 제피가루도 챙겨 놓는다.

흔한 다진 양념은 없다. 다진 양념을 넣으면 마찬가지로 민물고기의 육수 맛이 가려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물의 맛을 보니 된장과 들깻가루 그리고 다진 양념까지도 넣지 않는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곰국의 사골 맛이 고소함으로 느껴지는 것과 같이 청도의 추어탕에도 민물고기 육수 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비린 맛이 아닌 은은한 향처럼 맛이 여운처럼 남겨진다. 제피가루 향과 민물고기의 육수 맛은 청도 추어탕 특유의 오묘한 맛으로 어우러진다.

△대를 이어가는 우리 맛 ‘청도 추어탕’.

“일 년 내내 저희는 부드러운 단배추를 우거지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봄에는 봄동을 단배추와 반반 쓰기도 하는데 봄동은 손님들이 부드럽고 통통한 우거지 식감이라 봄동을 넣으면 아주 달게 드시죠. 그리고 청도추어탕에는 호박이 꼭 들어가거든요. 봄에서 가을은 애호박을 넣고 겨울에는 노란 늙은 호박을 넣습니다.” 엄청난 양의 대파와 함께 들어가는 이 호박이 국물의 단맛과 감칠맛을 내주는 비법의 천연재료라고 한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즉석식품 제조가공 방식으로 매장 내 포장과 함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전국 택배 판매도 시작했다. 맛과 정직함을 고객들의 알음알음 입소문을 통해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다.

“온라인 판매를 하고 댓글의 불만 사항과 리뷰를 꼼꼼히 다 체크해 가면서 고객의 요구를 알아봅니다. 매장 내 오프라인상으론 손님이 남기고 가는 잔반을 늘 살피면서 상차림 문제점이 뭔지를 바로바로 개선하게 되지요.” “거르기 작업을 소홀히 하거나 민물고기의 양이 적게 들어가는 날 제 스스로도 맛이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못하게 상품으로 내었을 때는 고객들이 먼저 알아보더군요.”

“1세대 할머니들이 이 청도의 추어탕 거리를 만들어냈다면, 3세대인 저희 젊은 사람들은 대를 이어 청도추어탕의 전통방식과 맛을 지키면서 시대에 맞는 경영방식과 홍보 활동으로 새롭게 청도추어탕의 맥을 잘 보존하고 널리 알려야 된다고 봅니다.”

‘알토랑추어탕’ 상호를 상표명으로 청도추어탕 포장 유통상품을 개발해서 전국에 청도의 맛을 알리겠다는 아들 조재광 사장(33)의 포부가 대단하다. 3세대 권 대표의 바람대로 서민들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청도추어탕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건강 향토음식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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