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공판을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으로 향하는 김모씨. 경북일보 DB.
1심 선고공판을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으로 향하는 김모씨. 경북일보 DB.

구미의 한 빌라에 3세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친언니 김모(22)씨가 징역 20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항소심 선고 다음날인 지난 17일 판결에 불복하는 대신 상소 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검찰도 23일까지 상고하지 않아서다.

형사소송법 제 383조(상고이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구고검 관계자는 “징역 25년을 구형해 징역 20년이 선고됐는데,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양형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고법 제1-3형사부(정성욱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김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이수 및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했다. 검찰은 8월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어린 나이에 전 남편과 별거하면서 경제적인 곤궁 속에서 피해자를 양육하면서 어려움을 느껴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가 받았을 고통, 침해된 범익의 중대성, 범행 내용,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보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면서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양육하던 3세 여아를 안방에 홀로 버려두고 집을 떠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 등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치된 아이는 같은 빌라에 사는 김씨의 부모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아이가 사망한 사실을 알지 않고 5차례에 걸쳐 양육·아동수당 1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다.

김씨는 2019년 11월 26일 남편이 집을 나가 별거하게 되자 혼자 아이를 양육하면서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되거나 전기요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등 경제적 형편이 악화했으며,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동거를 하면서 육아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빌라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씨는 마들렌 빵 6~10개, 죽, 우유 등을 안방 TV 근처에 놓고 동거남의 집에서 보냈으며, 아이가 음식물을 섭취한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아래층에 거주하는 부모나 지인에게 아이를 보살펴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고 내버려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애초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친모로 밝혀진 석모(49)씨는 8월 17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딸 김씨가 낳은 아이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와 숨진 아이의 사체를 은닉하려 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인 김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해 김씨 아이를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3세 여아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하루 전인 지난 2월 9일 김씨가 살던 구미 한 빌라에서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상자에 담아 옮기다가 그친 혐의로도 기소됐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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