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포항병원 신경외과 김해민 진료과장
에스포항병원 신경외과 김해민 진료과장

병원에서 경막하출혈이란 진단 결과를 받은 두 사람이 있다.

1명은 약 3시간에 걸쳐 개두술을 통한 ‘혈종제거술’을 받았고, 다른 1명은 약 30분 정도의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걸쳐 혈종제거를 위한 ‘관 삽입술’을 받았다.

같은 병명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수술을 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뇌를 감싸고 있는 막 중 경막과 뇌 사이에 출혈이 발생한 질환을 경막하출혈 혹은 경막하혈종이라 부른다.

혈종의 크기가 커지면서 뇌를 압박하게 되면 의식 저하·근력 저하·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앞서 말한 두 명의 환자 중 전자는 ‘급성’ 경막하출혈이다. 사고나 폭행 등의 두부 외상으로 인해 뇌혈관이 파열되며 갑자기 다량의 출혈이 발생해 뇌를 압박하는 상태로 신속한 혈종제거를 통한 감압이 필요하다.

교과서적으로는 출혈 발생 후 7일 이내라면 급성경막하출혈이라 명명하나 대부분 경우 한 두 시간 내지 1일 이내에 증상을 보인다.

후자는 ‘만성’ 경막하출혈이다. 문이나 바닥 등에 머리를 부딪치는 경미한 외상에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년 인구에서 흔히 발생하고, 뇌경색·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항혈전제·항응고제를 복용하거나 간경화 등으로 인해 간 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만성음주자로 지혈 기능의 저하가 있는 경우는 발생률이 높아진다.

지혈 기능의 이상이 있는 경우 작은 외상에도 급성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교통사고·추락·폭행 등의 큰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다.

외상을 동반한 경우가 많으나 없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정확한 병력 청취와 검사가 필요하다.

급성의 경우 대부분 의식 저하를 동반하며, 그 진행속도가 빨라 적절한 조치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망할 확률이 높고 치료를 받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경막하출혈 환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두술을 통해 혈종을 제거하고 손상당한 혈관을 지혈해주며, 뇌 손상 혹은 뇌부종이 심한 경우엔 두개골 절제술을 하거나 뇌엽절제술을 통해 압력을 낮춰줄 수도 있다.

다만 급성이라 하더라도 출혈량이 늘지 않고 경미한 경우 수술 없이 약물치료 하며 경과를 관찰하기도 한다.

급성과 달리 만성은 서서히 출혈량이 증가해 외상 후 수주 혹은 수개월 지난 후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대부분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하며, 구토나 오심, 심한 경우 근력 저하까지 동반된다.

노년층 환자는 노화로 인한 뇌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두개강 내 공간이 넓어 증상이 발현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고, 혼돈·기억장애 등으로 치매나 뇌졸중을 의심해 병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 같은 경우에는 CT나 MRI를 통해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출혈량이 적은 경우, 약물 치료하며 경과 관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한다.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관을 삽입, 천천히 고여있는 혈종을 제거한다.

대부분 외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므로 안전사고 발생과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노년층이나 항응고제 혹은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경우, 간 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장기간 음주를 하는 경우 간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되고, 낙상·교통사고 등의 발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금주 혹은 절주가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 노인 인구가 늘고 심뇌혈관질환의 증가로 항응고제·항혈전제의 사용이 늘어나며 경막하출혈, 특히 만성경막하출혈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말했던 증상이 있는 분 중에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수주 혹은 수개월 내에 외상 병력이 있다면 가까운 신경외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길 권장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