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관광객, 어지러움·멀미 호소…미흡한 안전 장치에 사고 우려도
시 "구조상 문제 없어…대책 보완"

지난 20일 외부에 최초 체험공개된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 ’조형물을 체험하고 있는 시민들. 황영우 기자
“막상 올라가니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멀미가 심해 너무 무섭다”

지난 19일 제막식을 갖고 외부에 공개된 포항 환호공원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를 두고 상당수 시민들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조형물이 건립되면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왼쪽 야경을 차지하며 아름다운 미관을 자랑하고 있지만 미흡한 안전대책에 대해 시민들이 우려감을 던지면서 시급하고 명확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오후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 조형물.

위드코로나와 맞물려 환호공원은 때아닌 주차대란으로 시끌벅적했다.

공원 앞편과 뒤편 주차장 모두 만석을 이루면서다.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해 차량들이 인근 도로를 줄지어 배회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데는 바로 스페이스 워크 조형물의 외부 공개 때문이다.

포항시민들은 물론이고 타지에서 온 방문객들은 저마다 조형물의 위치를 묻는가 하면 화장실 등 공원 내 편의시설에 대해서도 서로 알렸다.

7분가량 도보로 포항시립미술관 옆 오르막길을 올라가자 은빛으로 감도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탑승 체험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방문객들 대기 줄이 약 300m 길이로 늘어섰다.

지난 20일 외부에 최초 체험공개된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 ’조형물을 체험하고 있는 시민들. 황영우 기자
국내 최초·최대 체험형 조형물을 직접 경험하겠다는 방문객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조형물을 경험하고 내려온 시민 10명 중 6~7명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방문객 황보 정(30·여)씨는 “조형물이 포항 시내와 바다 풍경 등 광경을 다 볼 수 있고 예술작품을 통해 포항 명소화를 꾀한 것은 잘한 일이다”라고 했지만 “너무 많이 조형물이 흔들려서 체험을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왔다. 직접 타보면 체감상 더욱 흔들림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거제에서 온 정수복(64)씨는 “거제 조선소에서 20m 높이에서 직업상 일을 하는데 해당 조형물은 지속적으로 흔들려 과연 안전한 건지 의문이 간다”며 “위험이 우려돼 조금 가다 다시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출입구가 한 곳뿐이어서 오고 가는 방문객들의 동선이 겹쳐 안전상 위험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민 권혁제(31)씨는 “조형물에서 방문객들이 서로 부딪치는 게 많다”며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마주치고 연령제한이 없어 아이들이 넘어지면서 구른다면 2차 피해도 우려된다”라고 걱정했다.

경북일보가 이미 지적한 안전문제(경북일보 10월 14일 7면 보도)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나타내며 공감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시민 방민정(44)씨는 “흔들리는 조형물을 체험하는데 막상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며 “특히 극단적 선택 등 나쁜 마음을 먹고 시도하려는 사람을 막을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다. 내 가족 누군가가 떨어지면 잡기 위해 같이 떨어질 수 있고 사람들이 넘어지거나 구를 때 연쇄사고도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경북일보 취재진도 직접 조형물을 체험해봤다.

입구 초입부분에는 미세한 흔들림만 느껴졌지만 높이가 높을수록, 구간이 곡선화가 될수록 흔들림이 심해지면서 ‘어지러움’마저 느꼈다.

통상 모든 코스를 다 체험하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취재진도 멀미 등으로 인해 체험 약 15분 만에 다시 지상으로 되돌아 내려왔다.

아찔한 순간도 목격됐다.

어린이가 쓴 모자가 지상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거치대를 이용한 휴대폰 촬영을 하는 시민들이 많아 자칫 아래로 물건이 떨어질 위험성이 농후했다.

조형물 바로 아래에는 체험을 마친 시민들이 앉아있었는데 낙하물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었다.

경북일보는 앞서 안전매트와 안전장비(안전모) 등을 상시 비치해 운영하는 등 시설물 안전을 위해 포항시가 철저히 대비해야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포항시는 안전요원 5명(자원봉사 2명·포항시 직원 1명·기간제근로자 2명)을 배치해놓고 있다. 회전형·고정형 CCTV도 23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안전요원이 상시로 머물며 관리할 사무소도 없고 CCTV 영상도 포항시청 내 관제센터에서 감독하고 있어 사고상황 발생 시 현장대응이 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몇 차례 안전대책 관련 회의를 가진 바 있다. 추후 안전대책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며 “좌우로 흔들릴 수 있지만 전문가가 설계한 만큼 구조상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