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대상 다양화 국내 법 변화 꾀하고 있어

진신현 변호사.
‘과학 기술’은 국가산업 경쟁력이자 국력 원천이다.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 과학이 나아갈 길을 지속 모색하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김&장 법률사무소 진신현 변호사(35)다.

그는 포항 경북과학고등학교 9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진 변호사는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학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 전자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 3년 반가량 근무했다.

이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제4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 2015년부터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지식재산권팀 소속 시니어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다음은 진 변호사와의 1문 1답이다.



△ 경북 또는 포항과의 인연.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초·중학교 때까지 살았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경주 출신이시며 지금까지도 평생을 경주에서 살고 계신다.

이후 경북과학고로 진학하면서 처음 포항과 인연을 맺게 됐는데, 기숙사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야식을 먹던 기억, 학교 운동장이 좁아서 이웃한 대흥중학교 운동장에서 조기축구회와 축구를 했던 기억, 해병대 극기훈련을 참가해 고생한 기억, 주말이면 중앙상가 우체국 앞에 모여서 놀러 다니던 기억 등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특히, 포항 죽도시장은 지금도 고향인 경주를 방문할 때마다 종종 들린다.

또한 고교 시절 포항 스틸야드를 처음 방문한 이후부터 K리그 프로축구팀 포항 스틸러스를 응원하고 있다.

경북과학고 동기들과 등산 중.
△ 학사, 석사 시절까지만 해도 엔지니어링을 배웠는데 법학에 흥미를 느끼고 전과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과학상자, 라디오 조립 등을 좋아했고, 수학·과학 과목을 가장 잘하고 좋아했다.

이 때문에 과학고를 거쳐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전자공학을 전공할 때까지는 진로에 대한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전공으로 가장 유명한 대학교·대학원에 진학, 박사과정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공부했고, 큰 문제 없이 목표를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연구를 시작하면서 명확한 목표와 평가 기준이 있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과는 달리 애초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목표부터 스스로 설정해야 하고 노력이 결과를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 등 불확실성이 있는 연구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당시를 뒤돌아보면, 중·고등학교 때 겪지 않았던 사춘기를 20대 초반 대학원에서야 비로소 겪었던 것 같다.

스탠포드 대학교 유학 시절 당시 경북과학고 동문회.
스탠포드 대학원을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했으나 결국 고민을 끝내지 못하고 석사 학위만 취득한 후 귀국,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연구원(병역대체복무)으로 일했다.

입사 당시 회사와 미국 반도체 전문회사 사이에 수천 억 원 규모의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소송의 대상이 된 미국 회사의 특허 발명자가 대학원 유학 당시 수업을 들었던 은사님이시자 해당 회사 설립자이신 마크 호로위츠(Mark Horowitz) 교수님이셔서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소속팀의 팀장님이 늘 미국 회사의 특허 명세서를 사무실 책상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는 분해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자연스레 이공계 출신이자 엔지니어로서 실무 경력을 갖춘 사람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당시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을 모두 조기졸업 해 전공을 변경하더라도 다시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마침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기약 없이 고시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학교 공부를 통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서, 결국 고민 끝에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로스쿨 시절 축구부 졸업사진.
△ 현재 김&장에서 본인이 맡은 역할, 업무 등을 설명하자면.

-주로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소송·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특허·영업비밀 등과 관련한 각종 기술침해 분쟁에서 국내외 제조사 및 IT 업체 대리 ,OTT·음악서비스·SNS·엔터테인먼트·게임·영화사 등 글로벌 고객사의 각종 저작권 등 이슈에 관한 자문, 국내외 기업의 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관련 자문 ,대기업 그룹사들의 브랜드(상표) 소유 및 관리구조 구축 관련 자문, 영업비밀 등 성과물 보호에 관한 기업의 compliance 체계 구축 관련 자문 등의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재판이 있다면.

-최근 2년 동안 글로벌 음악서비스 업체, OTT 업체의 국내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한 주관 자문사로서 국내 콘텐츠 저작권 관련 제도와 실무, 실제 서비스를 위한 각종 권리자들과의 라이선스 처리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법률 자문을 제공해 드린 적이 있다.

해당 서비스들이 문제없이 출시돼 나날이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또한 소송 건으로는, 한 소송에 참여해 4~5년 정도 업무를 하면서 여러 개의 민·형사 소송 등 관련 사건들을 대응하다가 결국 올해 당사자 간 합의로 10년 만에 모두 종결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사무실에 상대방 당사자도 모두 모여 최종 합의서를 작성·날인 한 후, 고객 측 담당 임원이 10년 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며 저희 팀과 같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던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 지식재산권의 개념을 정의하자면? 예전과 지금의 지식재산권의 의미는 같은가.

-지식재산권은 인간의 무형적 지적 창조물에 대하여 발생하는 재산권 전반을 의미한다.

시대에 따라 그 정의 자체가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다만 현대로 오면서 법적으로 보호되는 지식재산권의 대상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는 지식재산권으로서 전형적인 특허·저작권·디자인 등이 주로 논의됐다.

반면 최근에는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개발 성과물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메타버스(Metaverse) 내에서의 각종 성과물 등 기존의 특허법 등 지식재산권법으로는 그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과물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법적으로 보호해줄 필요가 있음을 고려해 부정경쟁방지법에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인 ‘성과물 도용행위’ 조항이 신설되는 등, 우리 법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여 지식재산권의 보호 대상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기업 간의 소송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도 지식재산권을 두고 싸우는 경우가 있나.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개인과 법인의 지식재산권 출원 비율은 각각 35.6%와 64.4%로 나타난다. 즉, 우리나라에 출원되는 지식재산권의 3분의 1 이상은 개인이 출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이 지식재산권자로서 소송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업 간의 소송과 더불어 개인의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소송 등 분쟁 관련 업무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다.



△ 폭력·절도 등 일반적인 재판과는 전혀 다를 것 같은데 지식재산권을 두고 벌이는 재판은 더 복잡한가?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형사사건 또는 손해배상·금지청구 등 민사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과 동일하게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이 적용되는 등 재판과정 관점에서는 큰 틀에서 다른 점은 없다.

다만 소송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기술적 이해도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법원은 과학·기술에 관한 지식을 갖추고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기술조사관을 두고 재판부가 소송 과정에서 자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도면·실물·모형·컴퓨터그래픽 등을 이용해 기술적 사항에 관한 각 당사자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기술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소송을 대리하는 입장에서도, 변호사와 함께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변리사 등 여러 전문가가 긴밀히 협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변호사로서 이루고 싶은 결과물, 업적 등 목표가 있다면?

-관중과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이, 변호사의 경우에도 클라이언트가 없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사건이든 클라이언트가 언제나 신뢰를 갖고 업무를 맡길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또한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 포항과 경북에는 포스텍, DGIST, 방사광가속기 등 풍부한 R&D 인프라가 있다 어떻게 잘 활용하면 4차 산업 혁명 시대 과학 기술을 더 꽃 피울 수 있을까?

-포항과 경북의 과학·IT 관련 인재 및 R&D 인프라는 수준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만한 관련 기업·연구소들이 다소 부족해 졸업 후에도 지역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가는 인재들의 비율이 낮고, R&D 인프라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기업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의 세제 등 각종 우대혜택 등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여 제2의 포스코가 될 수 있는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연구단지를 유치할 수 있다면 지역의 풍부한 과학·IT 관련 인재, 인프라와의 시너지 효과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4차 산업 혁명 관련해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data center)의 경우 대규모 전력과 냉각 환경이 필요하다.

경주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 원전 등 발전 인프라가 풍부하고, 바다를 끼고 있어 냉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넓은 부지(지자체 중 5번째로 넓은 면적)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한다면, 유명 IT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기초과학, 그리고 응용과학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적으로 비교해보아도 굉장히 뛰어난 반면, 연구 등의 성과는 분야를 불문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높은 교육열에 비해 연구 등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측면도 있겠지만, 교육 커리큘럼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즉, 미국과 유사하게 학부 단계에서는 문·이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해 1~2학년 정도까지는 기초적인 자연과학·사회과학 관련 과목을 두루 배우도록 한 뒤에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여러 방면으로 기초를 다지는 것에 집중하고, 심화 전공은 대학원 단계에서 추가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입시제도, 커리큘럼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깊은 사고력·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는 기초과학·응용과학 분야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이공계 분야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시대와 환경이 다르므로 그대로 참고하기는 어렵겠으나, 위대한 수학자 피타고라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수학·철학·정치학·윤리학 등을 두루 연구하고 공부했다는 점은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각종 진로와 관련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고 본인의 적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단순히 부모님 권유나 점수에 맞춰 대학교 전공을 정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대학교 과정에서 더 여러 경험, 공부를 해본 뒤 전공을 정할 수 있다면 이 같은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 과학고 등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이공계 분야는 글로벌시장에서 통용되기 때문에, 본인의 활약 무대를 국내로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국 변호사는 다른 국가의 변호사 자격을 별도로 취득하지 않는 이상 업무 가능한 국가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는데, 엔지니어들은 언어에만 문제가 없다면 미국 실리콘 밸리로 진출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문과 분야에 비해 요구되는 외국어 수준이 그리 높지도 않다.

사실 문과에 비해 이공계 후배들이 영어 등 외국어 공부에 소홀한 측면이 있는데, 여력이 된다면 이를 틈틈이 준비하는 것이 추후 본인의 가치를 높이고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 공무원이 대세인 시대, 안정적인 직장에 모두 매몰 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안정성을 쫓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최근 취준생들이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것과 관련해 이들 개개인에게 어떠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사회 전반적으로 도전적인 선택을 했다가 실패를 맛봐도 포용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마련돼야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도전을 하는 청년들이 증가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재계 등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계획과 지원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삶에 대한 조언이나 지혜,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철학 자유롭게 말해보자면.

-아직 삶의 대한 조언이나 지혜를 논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평소에 생각하던 바를 말하겠다.

개인적으로 진로 등 선택을 함에 있어서, 과도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선택지 간 우열을 따져보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다.

나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선택 당시의 노력보다는 주로 선택 이후의 노력과 대처에 의해 사후적으로 판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공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비결을 물어보면, 자기에게 맞는 루틴(Routine)을 정해 꾸준히 해왔다고 답변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번 반짝 성적을 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심신의 컨디션을 최대한 균일하게 유지해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식사·운동·수면·생활습관 등 루틴을 정해 매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는 비단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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