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가 경북도와 함께 영남요리의 본령인 경북지역 맛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다.

전통음식에 대해 오래 연구해 온 박정남 전통음식 칼럼니스트(예미정 종가음식연구원장, 한식 조리기능장)가 ‘경북의 맛집’을 찾아 그 맛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영상으로 독자들에게 전한다.

33번째 경북의 맛은 35년 내공으로 품격 있는 한 상을 내어놓는 영주 약선 음식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날마다 맛집을 찾아가는 박정남입니다.

오늘 찾아온 경북의 맛집은 영주시 봉현면에 위치한 약선요리 전문점을 찾아왔습니다.

이곳은 약선요리 전문가인 박순화 대표의 오랜 연구와 이론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작품 같은 요리들로 구성이 돼 있다고 하는데요.

‘몸에 좋은 약은 쓰다’라는 말과 반대로 ‘쓴 약도 달게 먹을 수 있다’라는 것을 약선음식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함께 가보시죠.

이곳의 메뉴들을 고루고루 맛볼 수 있는 인삼정식 코스를 주문해 봤습니다.

따뜻한 호박죽과 탕평채 그리고 콩가루가 뿌려진 취나물 설기와 당귀 장아찌가 올려진 울금 전병이 전식으로 차려집니다.

이 당귀울금전병을 제일 먼저 맛보라고 권해주는데요.

쓴맛으로 시작하면 그다음 맛보는 음식들이 더 달고 맛있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당귀의 향이 은은하게 입안에 남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요리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가지 한가지가 다 몸에 좋은 식재료들로 차려져 있습니다.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과한 것은 빼줄 수 있는 주재료와 부재료의 잘 궁합된 모습에서 약선요리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력회복의 대표적인 육회에는 소화흡수를 도와줄 수 있는 배도 넉넉히 들어가 있고 여기에 누린내와 살균효과를 내어줄 수 있는 참기름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히 잘 조화가 되어 있어서요.

깔끔한 육회의 맛입니다.

인삼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만들어 주는 인삼튀김은 꿀까지 뿌려져 있어서 담백하면서도 바삭바삭한 식감이 아주 좋은데요.

박정남 / 한식조리기능장

“인삼을 이렇게 튀김으로 했을 때 인삼의 쓴맛은 없어지고 오히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인삼을 싫어하시는 분이나 어린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약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약선의 조리법은 갈비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름기가 양념 위에 겉돌지 않는거로 봐서 충분히 삶아서 제거한 다음에 다시 야들야들하게 양념에 졸여진 듯하고요.

여기에 갈비와 음식의 궁합이 좋은 무와 표고도 함께 더해졌기 때문에 건강한 갈비찜의 맛으로 느껴집니다.

약선요리들을 달게 마무리할 때쯤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된장찌개가 내어지는데요.

이곳에 된장은 더 좋은 약용효과를 얻기 위해서 3년 이상 숙성을 한 다음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천천히 숙성된 된장의 맛은 정말 일품입니다.

경상도 냄새가 폴폴 나는 나물 반찬들과 함께 밥 한 공기가 금세 바닥을 보일 것 같아서 아쉬운데요.

역시 우리나라 사람에게 최고의 약선음식은 이 전통 된장찌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주의 맛집으로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드는 곳 ‘약선당’을 추천해 드려보겠습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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