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최근 머리 MRI 검사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고, 이어서 척추질환에도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뇌와 척추를 진료하는 신경외과 전문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 오래 근무하다 보니 환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MRI 검사에 어려움이 있어 도움을 요청받게 된다. 척추나 어깨, 고관절 등에 통증이 너무 심해 자세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은 부위마취를 시행해 통증을 줄여주기도 한다. 뇌 병변으로 인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떨리거나 협조가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다.

가장 흔히 만나는 경우는 흔히 “폐쇄공포증”이라고 불리는 경우이다. MRI 검사를 위해 원통형의 좁은 터널 안에 들어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하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렵고 힘든 일이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이미 본인이 폐쇄공포증을 가지고 있음을 아는 이들도 많지만, MRI 검사를 받는 중에 처음 증상을 경험하고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 이들도 많다.

증상이 심한 정도가 사람마다 다양해서, 약간의 진정제로 쉽게 해결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깊은 진정(수면)이 필요하게 된다. 문제는 진정(수면)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호흡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코를 골거나, 숨을 몰아서 크게 쉬거나, 기침을 하는 등의 상황은 영상의 정확도를 떨어뜨려 진단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특별히 머리 쪽을 검사하는 경우에는 마취과 의사가 환자의 머리맡에서 필요한 그때마다 호흡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환경이다. 평균 30분 정도 되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적절한 진정(수면)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호흡의 안전과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MRI 검사를 보장하는 데에는 필자에게도 상당 기간의 경험이 필요했다.

원래 마취의 영역은 수술실에서 칼로 절개하면서 하는 수술에 대한 마취도 있지만, 환자의 의식을 저하하는 모든 환경에서 환자의 호흡과 혈압 등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모든 일을 포함한다. 수면으로 하는 모든 검사나 시술에서 마취과 전문의가 환자의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원래 권장 사항이지만, 현실적으로 마취과 전문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고, 한편으로는 의료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통 MRI 검사를 하는데 마취과 의사가 마취한다고 한다고 하면, 수술실에서 수술할 때의 전신마취를 생각하고, “마취까지 해가면서 꼭 MRI 찍어야 하나?” 하며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MRI 검사는 통증이 있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의식이 깨지 않을 정도의 상태만 유지하면 된다. 다만 중간에 한 번이라도 깨서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하고, 호흡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므로 강한 자성이 작용하는 MRI실에서 사용이 가능한 고가의 호흡보조장비, 감시장비들이 필요하다.

MRI 검사에 마취과 의사가 관여하는 것은 병원의 유익이나 편의가 목적이 아니라 환자의 유익을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수술을 위한 마취뿐만 아니라 검사나 처치를 위한 진정, 수면의 경우에도 의식이 저하된 상태에서 흡인으로 인한 폐렴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일정 시간 금식을 요구함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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