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2018년은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따뜻한 봄기운으로 가득 찼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내비쳤고 문재인 정부의 발 빠른 화답으로 남북 공동 선수단, 남북 공동 응원단 등이 결성되면서 2017년 남북, 북미 간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거친 대결은 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화 분위기는 2018년 4월 27일 DMZ에 위치한 판문점에서의 회담을 통해 평화, 공동번영, 통일을 위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평화 과정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국정부의 중재에 따라 2018년 6월 12일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되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정상 성명을 통해 1)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 2)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3)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발표하였다.

싱가포르 선언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3항)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주목하였지만, 한국의 평화통일 운동가와 전문가들은 1항)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에 주목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침략 가능성에 깊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개방과 경제적 성공을 위해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 국교 정상화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런 동북아시아, 미국, 북한 간의 현실적 맥락 안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열었고 군축을 포함한 다양한 평화 조치를 합의 발표하였다. 미국은 남한의 대북관계에 대해 미국의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등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내정 간섭을 시작하였다. 북한의 독감 유행에 대한 지원하기 위해 타미플루를 DMZ를 통해 보내려 하자 미군에 의해 통제되는 UN사에서 트럭은 대북 제재 물품이라면서 타미플루 전달을 불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은 미국의 국내 사정 때문에 정상회담을 외교적으로 활용한 트럼프에 의해 아무런 합의 도출도 없는 실패한 회담으로 끝났다.

2019년 6월 28일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3국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났다. 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한반도 프로세스의 재작동을 위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지만 다음날 일본 아베 수상이 한국에 대한 수입 제한을 발표하고 경제전쟁을 감행하면서 세 정상의 만남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2021년 5월 23일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에서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정부가 어떤 적극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적 인내 시즌2를 채택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한미정상회담에 한국민들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회담은 의외로 바이든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한미 정상성명에 담아 놀라움을 자아냈다.

하노이 노딜 후 3년이 지났다.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고 선거기간 내내 선제공격론, 사드 재배치, 쿼드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체재의 체결 가능성 등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정치판의 레시피로 전락해 버렸다.

2022년은 7.4 남북 공동성명 발표 50주년과 정전협정 69주년을 맞는 해이다. 7.4 남북 공동 성명 이래 이루어진 남북 합의의 이행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적극적으로 이행되어야 하며 특히 4·27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선언을 통한 납북 합의를 휴짓조각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되지만 그 미래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대결 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 소련과 미국 유럽 등의 세계전 대결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고 핵전쟁의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현실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남북미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 공식을 부정하며 북한의 비핵화 혹은 CVID 개념을 혼용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본합의 틀을 부정하고 있다.

한반도의 자주, 평화 통일, 공동번영의 과제가 다시 온전히 시민의 몫으로 되돌아온 것일까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종전 평화 캠페인에 시민사회가 집결하여 2023년 정전협정 70주년까지 1억 명의 세계시민에게 서명을 받아 UN과 미국의회에 제출하고자 하는 결의를 다시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2022년 5월 10일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바뀌는 날 나는 취임식에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과정이 더 굳건하고 성장하기를 그 자리에서 기도할 것이다.

한국 YMCA는 2022년 7월 덴마크 세계대회를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전 선언과 협정 체결”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세계 YMCA 총회에 제안하고 결의를 얻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강대국 간의 복잡한 군사, 외교적 이해관계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의 소중함이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