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 제2발전소장

원전 수출은 안정적인 운영능력과 기술력뿐만 아니라 국제적 신뢰도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 청렴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제사회에서 청렴은 공직윤리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청렴도 수준을 살펴보자. 유럽반부패국가역량연구센터(ERCAS)에서 발표한 2021년 공공청렴지수(IPI) 평가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 순위인 114개국 중 18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의 기업 솔루션 제공사인 TRACE의 기업경영 환경의 청렴성 평가(BRM)에서도 역대 최고 순위인 194개국 중 21위, 뇌물 위험도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세계 각국의 기업인이 한국에서 사업 운영 시 공직자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국제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매체에서 공직자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구속되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사는 공직자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도입 이후 공직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 합심해 반부패·청렴문화 정착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풍토가 공직사회에 뿌리내렸는지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아무리 철두철미한 제도와 법이 있더라도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런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근절하고 청렴한 공직사회 풍토 조성을 위한 청렴의식 함양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밑바닥이 뚫린 콩나물시루에 물을 계속 주게 되면 그 물은 아래로 다 흘러내리고 만다. 하지만 조금씩 물을 머금어서 싹이 나고 쑥쑥 자란 콩나물을 보게 될 것이다. 청렴도 콩나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청렴은 아주 사소한 노력으로부터 시작하고 언제나 우리 일상생활과 함께한다. 사소한 것부터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비록 당연한 것일지라도 바르게 실천하고 노력하다 보면 청렴은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게 될 것이다.

세계 최고 투자자 워렌버핏은 “조직이 명성을 얻는 데 6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데는 60초가 걸린다”고 말했다. 개인의 부도덕한 비위행위 하나로 공직자들의 여러 노력이 물거품이 돼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청렴은 신뢰를 구축하고 그 신뢰는 공정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 자신부터 변해야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반부패·청렴문화 정착으로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 하고 있다. 한수원은 5대 핵심가치를 ‘TRUST’로 브랜드화하고, 그 첫 번째를 정도 추구(True Integrity)로 제정할 정도로 경영진은 청렴실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월성본부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기간 동안 시민참관단을 운영했으며 일반인 대상으로 건설현장 초청견학을 시행해 대국민 신뢰도 확보 및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삼중수소 관리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을 운영해 투명한 정보공개 및 협력으로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청렴 환경조성을 위한 공동 노력은 언젠가는 국민과 다른 국가의 두터운 신뢰가 돼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 600조 원의 해외 원전시장이 열려있다.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우수한 원전 기술과 임직원들이 청렴으로 쌓아 올린 국가경쟁력으로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해 제2의 해외 원전 수출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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