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진 포항 예스치과 원장

치과의사로 일을 하면서 “이를 빼지 않고 치료해주세요.” 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이를 빼야 한다는 말을 이미 들었거나, 본인이 느끼기에도 심각한 상태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주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임플란트와 뼈이식, 그리고 틀니 등이 많이 발전하여 구강 내 결손부위에 대한 수복은 대부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자연치아와는 뼈나 잇몸에 결합하는 방식이 달라 치료 후 주변치아(주로 전방의 치아)와 공간이 생기거나 잇몸병이 더 잘 생기거나 하는 부작용이 있어 아직 완전히 자연치아를 대체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자연치아가 수복한 치아보다 좋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빼지 않고 두면 오히려 더 해가 되는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꼭 빼야 하는 치아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심한 치주염.

치주염은 치아를 지지하고 있는 잇몸뼈와 잇몸 등 치아 주변 조직에서 일어나는 염증을 뜻합니다. 치주염으로 인해 치아 주변조직이 손상되면 잇몸이 붓고 피가 나고,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드러나거나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치아 뿌리가 드러난 부분이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증의 치주염인 경우 잇몸치료와 지속적인 구강 관리를 통해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미미한 경우가 많아 스스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습니다. 중증의 치주염은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의 손실이 너무 심한 경우이며 흔들림이 심하고 씹을 때 통증을 동반합니다. 특히 만 65세가 가까워 오는 환자들 중에 보험임플란트 혜택을 위해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뽑지 않고 참으시는 분들이 자주 있습니다. 그런 경우 치주염에 의한 잇몸뼈 소실로 인해 임플란트 치료 시 뼈를 새로 만들어야 해서 비용과 시간이 더 쓰이게 되며, 치주염은 주변 치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나머지 치아들 역시 잇몸뼈가 많이 없어져 버리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치주염이 심한 치아를 미리 발치하고 그 부위가 아물면서 자연스럽게 뼈가 회복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이후의 수복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깊은 충치.

충치가 깊은 경우에는 신경치료를 하고 충치로 인해 없어진 부분을 떼우거나 덮어씌우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치과에서 떼우거나 덮어씌우는 방법에 쓰이는 재료들은 대부분 수분에 취약하기 때문에 치료 중에 침이나 피가 못 올라오도록 막는 방습과정이 필수입니다. 충치가 잇몸 아래로까지 진행된 상태에서는 잇몸에서 올라오는 수분이나 피를 막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덮어씌우는 치아는 잇몸 위로 최소 1.5mm 이상의 건전한 치아가 필요합니다. 때에 따라 잇몸을 자르거나 잇몸뼈를 깍아내거나 혹은 치아에 기둥을 세워서 치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법들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충치가 깊다면 이를 빼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사랑니.

똑바로 나서 위아래로 잘 물리는 사랑니나 아예 안 나와서 잇몸뼈 속에 묻혀있는 사랑니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옆으로 누워서 나오거나 부분적으로만 나온 사랑니는 빼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옆으로 누워있는 경우 앞치아와의 사이에 이물질이 끼거나 충치가 생겨서 같이 손상을 입는 일이 많은데, 사랑니 앞의 어금니의 뒷쪽은 접근이 어렵고 시야도 잘 안나와서 치료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부분적으로만 나온 사랑니는 잇몸이 자주 부어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사랑니가 나오는 시기가 딱 그 시기라 그런지 군대를 가거나 유학을 가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자주 있습니다. 본인의 사랑니가 뽑아야 할 상태라고 진단을 받았으면 여유가 있을 때 미리 뽑아 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크랙.

크랙은 치아에 눈에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미세 금이 간 상태를 말합니다. 크랙이 있다고 하여 모든 치아를 뽑는 것은 아니며 뿌리에 수직으로 금이 가거나 치아가 완전히 갈라진 경우 발치를 해야 합니다. 뿌리에 수직으로 금이 갔을 때 치아 뿌리를 따라 좁은 형태로 뼈가 녹는 것이 방사선 사진에 보일 수도 있지만 미세크랙인 경우에는 방사선 사진상에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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