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인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7명의 사망자와 50명의 부상자를 낸 9일 대구 법조빌딩 방화사건 용의자 천 모 씨가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너 때문에 소송에 졌다, 다 같이 죽자”라고 외쳤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리학자라는 직업상 나는 범죄자의 심리를 종종 추정해보곤 하는데, ‘다 같이 죽자’라는 말에 시선이 머물렀다. 이 문구를 읽다 보니, ‘너 죽고, 나 죽자’란 인구에 회자하는 문구도 떠올랐다.

너 죽고 나 죽자란 말은, 결국 너는 나쁜 사람이니 너를 죽이고, 그 너를 죽인 나도 나쁜 사람이니 죽겠다는 말이 내포되어 있다. 이번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범은 흉기와 함께 휘발유를 같이 준비했다고 한다. 타인을 죽이고 그 자리에서 자신도 죽을 각오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뱉은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함께 죽은 것이다.

마음속의 분노가 타인을 향하는 극단적인 형태가 살인이고, 자신을 향하는 극단적인 형태가 자살이다. 이번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범은 자신의 분노가 타인에게 향함으로써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자신에게도 향함으로써 자신도 죽음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의 결과를 쉽게 설명해보자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전적으로 좋지도 전적으로 나쁘지도 않은 성격범주도 있다. 그런 사람은 타인을 향해 분노하고 공격하다가도 돌아서서 자신을 반성하며, 그런 반성의 결과로써 우울해지고, 술을 반복해서 마심으로써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이번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범은 착하지도 악하지도 못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자신을 재판에서 패소시킨 변호사 등도 나쁜 사람이고, 나도 나쁜 사람이라는 사고가 팽배해진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이미 범죄를 저지른 뒤에는, 착한 마음이 회복되어서 자신도 죽음에 이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의 마음에 분노의 불길이 차올랐을 때, 그는 알아차렸어야 했다. 인간의 마음이 이기적이고 악하기만 하다면, 그의 부모는 서로 사랑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가 태어나지도 성장할 수도 없었다는 것을.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나도 나쁜 사람이다’(others are bad. I‘m bad)라는 집단사고가 상당한 것 같다. 이런 의식이 전염병처럼 번진다면, 이번 사건처럼 타인을 해치고 자신을 해치는 범죄는 증가할 수 있다. 이 원고를 준비하면서 유튜브를 보니, 나의 예상대로 20대 조카가 고모 부부를 죽였고, 그의 시신이 옥상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나는 빨리 이 원고를 탈고해야겠다.

그들이 타인도 좋은 사람, 나도 좋은 사람이라는 사고의 도식을 가졌더라면,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더라면, 많은 소중한 생명이 일찍 생을 마감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 나도 좋은 사람입니다. (others are good. I’m good)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