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돈 "단석산 관련 역사 실상과는 멀어…포럼 계기로 의문점 해명 본격화"
박방룡 "불교사원 터 암굴 4곳 특별한 예…면밀하고 적극적 학술 연구 기대"
서남영 "삼국통일 염원 신라 '마애불상군'…동아시아 불교 조각사 속 중요성 커"
하영중 "단석산 일대 선사인 생활 영위 터전…외세 방어·수렵 채집 활동 용이"
이용현 "신선사 조상명기 잔존 명문 통해…종교신앙적 기능 상징성 알려줘"
2022 경북문화포럼- 주제 발표·자유 토론

“지금껏 널리 알려진 단석산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은 몇 가지 곡해돼 왔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오해는 곧 일종의 역사 왜곡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바로 잡아 마땅하다.”

30일 경주 The-K호텔에서 열린 ‘2022경북문화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주보돈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단석산이 품고 있는 역사성에 대해 그동안 잘못 이해하거나 소홀히 해왔음이 틀림없다면,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란 주제로 열린 ‘2022경북문화포럼’은 주보돈 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관계 전문가 4명의 주제발표와 이어진 패널토론을 통해 깊이 있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에 포럼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경주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단석산 중심의 서경주지역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주보돈 경북대학교 명예교수가 30일 오후 2022경북문화포럼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가 개최된 경북 경주시 The-K 호텔 경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정훈진 기자 jhj131@kyonguuk.com

‘단석산의 역사성’이란 주제로 이날 포럼의 문을 연 주보돈 교수는 “지금까지 단석산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이 실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면서 “이를테면 단석산이 신라때부터 줄곧 그처럼 불렸다거나, 당시 중심적 산악신앙의 하나라 할 5악 가운데 중악이었다는 등을 뚜렷한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주 교수는 “그동안 단석산이 세인의 주목을 크게 끌어온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서쪽편 중턱에 자리한 신선사라는 사찰 덕분이었지만, 단석산의 핵심부는 신선사 쪽이 아니라 차라리 정상부에서 곧장 내려다보이는 동쪽 방면으로 봄이 온당할 듯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교수는 “단석산을 신라 당대의 산명으로 간주하고 이를 중악으로까지 연결 지어온 행태는 결국 그 방면의 진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포럼으로 단석산과 관련한 의문점이 모두 해명될 리는 만무한 일로, 오히려 더 많은 해명을 기다리는 문제점이 드러나 앞으로 본격화시켜 나가야 할 시작점에 지난지 않는다고 하겠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박방룡(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이 30일 오후 2022경북문화포럼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가 개최된 경북 경주시 The-K 호텔 경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정훈진 기자 jhj131@kyonguuk.com

이어 ‘단석산의 불교문화유산’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지금 우리가 호칭하고 있는 ‘단석산’은 신라시대 ‘월생산’ ‘달내(래)산‘이었다”면서 “‘월생산(달내산)’이라는 이름은 조선 후기까지 존재했던 달내창(달천창)이라는 창고이름으로 남아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건천읍 서면 선동리 마을회관과 휴게 정자 건물 이름으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또 “단석산에는 19개소의 불교사원이 있었으나 현재 신선사, 백석암, 천주암 정도만 유지되고 있고 나머지는 폐사됐다”면서 “단석산 불교사원(터)에 남아 있는 불상은 신선사 마애불상군 등 3점이 있으며, 석불로서는 질매골 석불좌상과 화천리 사지1 석불좌상이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박 원장은 “단석산의 석탑은 3기가 있었으나 원위치에 현존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단석산 불교사원 가운데 암굴이 4군데 남아있어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예에 속해, 앞으로 면밀하고 적극적인 학술조사 연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남영 덕성여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교수가 30일 오후 2022경북문화포럼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가 개최 된 경북 경주시 The-K 호텔 경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정훈진 기자 jhj131@kyonguuk.com

서남영 덕성여대 교수는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의 해석과 의미’란 주제발표를 통해 “단석산에 위치한 마애불상군은 여래상 1구나 혹은 삼존불과 같이 단순한 구성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10구가 연속적으로 배치돼 불상의 구성이 다수라는 점, 조상기에서 확인되는 주존의 존명이 미륵이라는 점, 그리고 수도인 경주 일대에서 제작됐다는 점 등에서 우리나라 마애불상의 계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 조각사에서도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어 “단석산 마애불상군은 미륵대불을 비롯한 삼존구성과 그 외 반가사유상과 공양자상에서 확인되는 양식적인 특징을 삼국의 불상들과 비교해보면 제작시기는 7세기 전후로 추정된다”며 “마애불상군이 위치해 있는 단석산과 신선사가 김유신을 비롯한 신라 화랑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삼국통일을 염원하고 이 땅에 미륵정토를 구현하려고 했던 신라의 기념비적 유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석산 마애불은 전체적인 구성과 조각 기법에서 다소 무질서하고 미완성 적인 부분도 확인되지만, 거대한 석실의 규모나 명문에 미륵불임이 명기돼 있고 수인과 대형입상을 통해 당시 미륵불의 도상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예에 해당한다”면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10구의 전체적인 구성에서 의도하고자 했던 제작 배경에 관해서는 향후 다각적인 검토와 신 자료를 통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하영중 (재)삼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부장이 30일 오후 2022경북문화포럼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가 개최된 경북 경주시 The-K 호텔 경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uuk.com
하영중 (재)삼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부장이 30일 오후 2022경북문화포럼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가 개최된 경북 경주시 The-K 호텔 경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uuk.com

이어 발표에 나선 하영중 (재)삼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부장은 ‘단석산 주변의 선사유적 검토’란 주제를 통해 신라 이전 선사시대 단석산 일대에 터전을 잡고 생활을 영위한 선사인이 집단을 이루는 과정을 고고학적 증거로 제시했다.

하 부장은 “청동기시대 단석산 말단 사면과 단석산에서 발원한 곡부에 형성된 선상지 일대와 ‘대천’에 의해 형성된 충적대지 일대에 여러 취락 즉 마을이 만들어지게 된다”면서 “단석산 일대는 선사시대 즉, 신석기시대부터 인간이 정주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용현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연구교수가 30일 오후 2022경북문화포럼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가 개최된 경북 경주시 The-K 호텔 경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정훈진 기자 jhj131@kyonguuk.com

또한 그는 “단석산 주변 선사시대 유적을 검토한 결과 단석산에서 연결되는 산맥과 지맥을 배경으로 서쪽의 외세로부터 자연적으로 안전하며 수렵·채집 활동에 용이한 환경이 제공됐다”며 “단선산의 지맥사이에서 발원한 소하천이 형산강 지류인 대천으로 유입되면서 주변으로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 농경생활에 비옥한 영토를 제공받은 선사인들의 정주 생활이 시작돼 취락을 이루면서 정치체가 발달, 수장사회 즉 소국시대까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주제발표를 한 이용현 경북대 교수는 ‘단석산 신선사 조상명기에 대한 해석’을 통해 “신선사 마애불상군 남벽에 있는 조상기 양식의 명문을 통해 ‘神仙寺’라는 이름의 사찰 건립과 3장 높이의 미륵상과 함께 2구의 보살상을 조영한 것과 관련된 조상지임을 알게 됐다”면서 “이는 신라 중고기, 특히 6세기 후반에서 7세기 초에 걸치는 시기의 것으로 잠훼부 유력자의 발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단석산 신선사 조상기는 6세기로 보든, 7세기로 보든, 혹은 통일기 이후로 보든, 단석산이 불교시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지역사회의 종교신앙적 상징성과 그 실질적 기능을 불교 시대 이후에도 변형된 형태를 통해 지역 중심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기능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과 주제발표를 마친 후 주보돈 교수를 좌장으로 4명의 주제발표자와 임선희 경주대 관광학과 교수, 오영신 경주시 문화관광국장 등 총 7명의 패널이 참여해 ‘단석산이 가지고 있는 경주에서의 의미’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영신 국장은 “단석산은 다양한 자연 자원과 역사적인 스토리가 풍부한 지역으로, 경주의 새로운 관광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결정적인 대표 콘텐츠가 없고 접근성이 불편한 등의 일부 지적사항을 냉철히 판단해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관광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선희 교수는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단석산은 힐링과 수행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석산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연 및 문화자원을 활용할 경우 현재인들이 중요시하고 있는 정신문화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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