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고의 아픔 인술로 승화…최신 의료기술 익혀 치료에 적용

홍대영 에스포항병원 부원장. 황영우 기자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보낸 저의 아픔을, 이젠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로 보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대영(52) 에스포항병원 부원장은 신경외과와 뇌혈관 치료에 알려진 실력자이면서도 항상 노력하는 의사가 되기 위한 자신과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포항 시내에서 태어난 그는 30년 이상 신발 도매업을 한 아버지와 신발 소매업을 한 어머니 사이에서 2남 2녀 중 셋째다.

홍대영 부원장은 영흥초등학교, 동지중학교, 포철고등학교를 거쳐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사가 되기 위해 매진했다.

어려운 의대 6년을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레지던트 4년 차 때 전문의 시험을 준비했었다.

2002년 당시 대구에서 전공의 시험을 한 달 남겨놓고 공부에 집중하던 그를 위해 부모님이 포항에서 대구로 직접 올라와 밥을 사주며 격려했다.

하지만 선한 의사가 되려 한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왔다.

아들을 보고 포항으로 내려오던 부모님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

아버지는 간과 뇌를 크게 다쳤고 어머니는 뇌를 크게 손상입어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

포항 모 병원에서 치료했지만, 그 당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여건이 되지 않았고 황급히 병원에 달려온 그는 자신의 모교인 대가대 병원으로 부모님을 옮겼다.

그러나 입원 3주 만에 아버지가, 다음날 어머니가 끝내 숨을 거뒀다.

홍 부원장은 ‘부모님도 살리지 못하는 내가 무슨 의사가 되겠느냐’며 절망한 나머지 전문의 시험을 포기하려 했다.

특히 부모님이 다친 부분을 치료하는 분야가 자신의 주전공인 신경외과였다는 점이 그의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다.

의사로서의 꿈을 스스로 꺾으려던 그를 은사인 여형태 당시 대가대병원장이 “네가 여기서 좌절하는 것은 부모님이 원치 않으실 거다. 아들로서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슬픔을 겪지 않게 해야 되지 않느냐”며 조언했다.

부모님 5일장을 마친 시점이 시험 5일 전이었고 공부에 마음이 멀어졌었지만, 다시금 심기일전했다.

다행히 전문의 시험에서 합격해 의사로서의 발걸음을 이어갔다.

신경외과 전문의 시험은 전국에서도 90명 정도만 선발하는 까다로운 시험이다.

그의 아픈 사연은 시험 지도 교수들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전문의 통과 후 육군 8사단 군의관에 자원입대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모님을 잃은 슬픔은 그에게 남아있었다.

이후 모교인 대가대 교수 등을 역임하면서 의사로서 서전(Surgeon)이 되고자 혼신을 다했다.

슬픔을 잊기 위함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완숙된 서전이 되기 위해선 3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5세~45세는 실전 의료 경험을 쌓고 45세~55세는 그 역량이 꽃을 피우며 최정점에 이르고, 55세~65세는 완숙한 기량과 지도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부모님 사고 당시 포항에 선진 의료시스템과 서전들만 있었더라면”

그의 숙원은 주위 동료들과 함께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은사이자 대가대 선배인 김문철 에스포항병원 대표병원장을 포함한 5명의 정예 의료팀이 힘을 모았다.

제주한라병원에서 이미 팀을 구성해 실력을 가다듬은 그는 의료 외지인 포항에 새로운 병원을 만들고자 움직였다.

신경외과와 뇌혈관 등은 외래, 응급실, 수술, 오프 등 4단계의 교대과정이 필요하기에 최소 5명 인원이 필요하다.

의료 변방지인 포항에 정예 인력이 이러한 팀을 꾸리는 것이 어려웠지만, 그의 마음 속 소망은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가능해 보였다.

실적, 성적, 홍보도 없이 처음 포항에 설립된 에스포항병원은 이 팀에게 미지의 영역이라는 두려움도 줬다.

척추와 뇌혈관을 병행해 밸런스를 맞추는 아이디어를 적용했고 꿈과 야망을 위해 최선의 진료로 돌파하자, 환자들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병원은 급격히 성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당 뇌졸중 환자가 100명이 발생하는데, 현재 에스포항병원은 급성기 뇌졸중이 새롭게 발생해 방문하는 환자만 900명 정도다.

통계를 역분석하면 에스포항병원이 인구 100만 여명을 커버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에스포항병원은 뇌동맥류 등 고난도 대수술 50개 이상 당 레지던트 1명의 TO(티오, 일정한 규정에 따라 정한 인원)를 주는 신경외과학회 전문의 수렴 규정에 따라 메이저-메이저 수준(레지던트 3명)으로 평가받는다.

병원 단일 이름으로 학회 시상도 하는 등 위상도 높아졌다.

환자들을 매일 접할 때마다 부모님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매진한 그에게 어쩌면 하늘이 내린 도움일지도 모른다.

홍 부원장은 에스포항병원에는 의사를 대상으로 한 두 가지 넘볼 수 없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의사에게 월급 외에 보너스(인센티브)가 지급되지 않기에 환자를 돈으로 볼 위험성을 배제한다는 것.

그렇기에 소속 의사들 간 프라이드와 자부심이 특히나 강하다.

둘째, 병원 수익에 모든 잉여 자금을 병원에 재투자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100년 가는, 누구의 소유도 아닌 병원을 만들자’가 모토다. 이 병원 의사들에게는 해외학회 방문과 연수도 지원 혜택이 있다.

뛰어난 의사에서 항상 발전하는 성실한 의사가 되기 위해 더욱 분주한 그는 후배 의료진들에게 “성실한 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의사가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아도 지금은 의료가 특화돼 있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기에 경계하라는 얘기다.

본인 역시 여전히 당직을 서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빠르게 급변하는 최신 의료 기술을 배우는 것에 쉬지 않는다.

인터뷰 중에도 환자 진료에 관한 전화가 수시로 왔다.

그는 “서전(외과 분야 수술의사)은 24시간 365일 긴장의 연속이다”라는 한마디로 상황을 설명했다.

홍 부원장은 이제 부모님을 향한 헌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꿈꾼다.

응급은 3가지로 나뉘는데 심장 분야, 뇌혈관 분야, 중증 외상 분야 모두 골든 타임이 각기 존재한다고 한다.

4분, 3시간~4시간 반, 1시간 내 등 각 골든 타임 내에 치료가 행해져야 생존율이 높다.

전국에 15개~20개 정도의 뇌혈관 전문병원이 설립되면 우리나라 응급 분야에 획기적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홍대영 에스포항병원 부원장은 “아직 배울 것이 많기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 부끄럽기만 하다”며 “인간적이고 사욕이 없으면서도 굉장히 합리적인 김문철 대표병원장으로부터 희생과 봉사 정신도 배우고 있다. 의사에게는 돈의 유혹과 자기 성과 과시욕이 있기 마련인데 이에 대해 겸손을 유지하는 것도 큰 배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부원장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라포(rapport, 상호신뢰)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환자를 고치진 못하고 항상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그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의사다”며 “독립된 수술을 하는 서전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돕는 것이 기존 서전들의 의무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대해 의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홍 부원장은 “최신 트렌드에 맞게 교과서대로 치료하는 것이 에스포항병원의 오늘날 발전 비결이다. 생명 살린다는 1% 희망만 있어도 의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라며 “앞으로도 최상의 지역병원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좋은 인력을 뽑고 교육 및 발전시키며 포항 의료시스템 선진화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워커홀릭(일 중독)이라는 홍대영 부원장은 인터뷰가 마치자 곧장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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