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 없는 젊은 여자 환자가 의식 저하를 주소로 응급실로 내원했다. Brain CT angiogram에서 뇌실질내출혈 소견이 관찰됐었다. 뇌혈관 소견상 양측 내경동맥 말단부터 중대뇌동맥이 굉장히 좁아져 있었고, 미성숙한 혈관들이 발달된 소견을 보였다. 이 환자는 추가적인 검사들을 거쳐 모야모야병으로 확진됐다.
의료인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병면인 모야모야병. 과연 어떤 병일까? 정상 혈관이 좁아지면서 부족한 혈류량을 공급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자라게 되는데 이 미세 혈관의 모양이 마치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1969년 일본 스즈키 교수가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로 명명됐다.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극동아시아에 흔하고, 여성 환자가 많으며, 약 10~15%에서 가족력이 있다고 밝혀졌다.
모야모야병은 임상적 증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첫째, 허혈에 의한 증상이다. 뇌혈관이 좁아져 혈류가 감소, 뇌경색이 발생하면 팔다리가 저리거나 운동기능 마비, 감각이상, 발음장애, 시력저하 등의 신경학적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가 곧 회복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일과성 허혈발작’이라고 한다. 뇌경색의 전조증상일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게 좋다.
둘째, 출혈에 의한 증상이다. 미세 혈관은 직경이 좁아 혈압이 크게 변하면 파열돼 뇌출혈을 일으킨다. 두통과 오심, 의식장애, 출혈 부위와 관련된 신경장애를 초래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모야모야병은 나이가 어린 소아 환자도 적지 않다. 주로 과호흡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몸에 힘이 빠지고 한쪽에 마비가 오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뜨거운 음식 혹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풍선·악기를 불 때, 심하게 울고 난 후 등 일시적으로 혈액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뇌혈류가 감소해 마비 증상이 유발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가 남을 수 있으므로 특징적 증상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까지 모야모야병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약물치료는 없다. 신경학적 증상이 있으면서 영상검사에서 뇌혈류 감소가 확인될 경우 예방적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두피·근육 등에 분포하는 혈관 및 조직을 이용해 혈류가 부족한 부위의 뇌혈관을 이어주는 수술로, 대뇌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미성숙한 혈관들을 감소시켜 뇌경색 및 뇌출혈의 위험을 낮춰준다. 수술법은 직·간접 뇌혈관문합술과 둘을 병합한 복합 뇌혈관문합술이 있다. 뇌혈관문합술은 신경외과 뇌혈관 수술 중 최고난이도 수술로 본원과 같은 뇌혈관전문병원 및 대학병원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다.
위에서 말한 증상들이 있거나 혹은 모야모야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신경외과 병의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 보길 권장한다.
- 기자명 김해민 에스포항병원 신경외과 진료과장
- 승인 2022.09.14 17:35
- 지면게재일 2022년 09월 1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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