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2020년 팬데믹의 한 가운데에서 창립된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첫 대면 합동운영위원회가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 시민사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일본 측 4명의 공동대표를 비롯한 13명의 대표와 한국의 19명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22년 11월 8일 화요일부터 10일 목요일까지 열렸다. 팬데믹 중에 역사정의와 한반도 평화과정, 평화헌법 지키기 등 양국 현안에 대한 연대를 위해 창립된 한일 플랫폼은 지난 2022년 8월 한일 청년 평화포럼을 4박 5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양국 청년 20명씩 총 4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후 두 번째 플랫폼 대면 모임이기도 하다.

18일 4시부터 시작한 현안 토론은 주제 토론으로 동아시아 평화문제, 한일 역사정의 실현을 위한 과제, 한일 청년 연대 등의 주제로 한일 플랫폼의 역할과 과제를 토론하였다. 가장 뜨거웠던 현안은 역시 2023년 정전 협정 70주년에 즈음한 한일 시민사회를 비롯한 2023년 국제 시민평화행동에 대한 협력과 연대 행동에 관한 것이었으며 일본의 군비확대를 통한 세계 3대 군사 강국으로의 진입 시도에 대한 공동대응,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에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도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역사정의 영역에서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협의가 있었으며 피해 당사자를 배제한 양국 정부 간의 합의 시도에 대한 우려에 공동 대응할 것과 조선학교 문제, 도를 넘어선 혐오 발언과 조선인 혐오 범죄에 대한 협의, 간토 학살 100주년 한일 종교시민사회 간 공동 활동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지난 8월에 있었던 한일 청년 평화포럼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면서 2023년에 열리는 한일 청년 평화 포럼은 행사를 간토학살 100주년 행사기간에 맞추어 개최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고 2020년 참여 청년들의 재참여를 적극 권장하여 양국 간 청년 세대 간의 대화와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저녁에는 웰컴 파티를 가지고 노래자랑 등 친교의 시간도 나누었다. 그동안 여러 영역들을 통해 서로 만나왔던 사이였기에 친교의 시간은 오랜 친구를 만나 서로 우정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역사정의의 문제를 서로 공유하고 일본 사회에 만연한 조선인 혐오 발언과 범죄행위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한일 플랫폼 일본 대표와 운영위원들의 마음을 느끼면서 이 귀중한 만남이 아시아 시민사회의 씨앗으로 퍼져나가길 기원했다.

19일 둘째 날은 오전 11시에 ‘10. 29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며 남북 간 무력대결을 즉각 멈추어라’라는 제목으로 소녀상 앞에서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주최 기자 회견을 열었다. 2020년 9월 3일 미국의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 호의 부산 입항 이래 11월 사상 최대의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전개되는 등 한반도에서는 끊임없이 군사훈련이 전개되었으며 북한도 탄도미사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포 사격 등을 통해 대응 군사행동을 전개하였다. 이런 무력대결로 우발적 군사충돌을 비롯한 국지전 등의 가능성이 고조되었고 이를 우려하면서 한일 종교시민사회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무력대결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다. 기자회견 후 정의기억연대 주최의 수요집회가 개최되었으며 노벨 평화상 수상단체인 피스보트의 노히라 공동대표가 연대발언에 참여하였다.

오후 4시부터는 민족문제 연구소에서 합동운영위원회가 개최되었으며 첫째 날 주제토론의 내용을 기반으로 1) 간토 학살 100년 한일 연대행동, 2)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공동행동, 3) 한국전쟁 정전 70년 공동행동, 4) 평화헌법 지키기 19일 한일 시민 공동행동, 5) 조선학교 지키기 지원운동 활성화, 6) 한일청년 평화포럼 일본 개최 협의, 7) 온라인 세미나 2023년 전반기 주제 협의 등을 토론하였다. 그리고 한국이나 일본, 양국이나 동아시아의 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체재를 만들자는 새로운 제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다. 일본에서 속출하는 혐오 발언이나 범죄에 대해 한일 플랫폼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의견에서부터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과 무력충돌의 상황 등에 대해 한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양안의 군사적 무력 충돌은 동아시아 평화, 특히 한국과 일본의 평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등이 양안의 군사적 충돌시기에 동원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양안 대결, 남, 북, 일본, 미국이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현실로 느낄 수 있었다.

동아시아는 양안 대결과 남북 대결 등 소분단과 중국과 미국을 축으로 하는 대분단으로 항상 군사적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냉전 지역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이 위기에 몰리며 전쟁난민을 비롯한 말로 할 수 없는 사회 경제적 피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하지만 이런 군사적 대결에 대한 동아시아 시민들의 목소리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요구를 분명히 하고 이 목소리를 넓혀 나가는 것이 현재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확인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합동운영위원회를 마쳤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일본 대표들의 건강을 기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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