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포스텍 박성민 교수·삼성서울병원 손영민 교수·포스텍 강원옥 대학원생

뇌전증은 반복적인 발작을 일으키는 만성적인 뇌 장애로 과거 ‘간질’로 알려졌던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의 약 30% 정도는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고, 이를 ‘난치성 뇌전증’이라 한다. 난치성 뇌전증은 발작병소를 제거하는 뇌절제술을 통해서 증상의 완화 및 소멸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술 후 발작의 소실이 모든 환자에게 가능하지 않고, 수술 후 운동마비나 언어장애와 같은 신경학적 손상의 위험도 있어 새로운 효과적인 치료법이 절실하다.

최근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박성민 교수 (강원옥 대학원생) 연구팀과 삼성서울병원 손영민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뇌절제술을 시행하지 않고 개별환자의 뇌 구조에 맞춰 뇌 심부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난치성 뇌전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최근 뇌를 절제하는 수술 대신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이 주목받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말 그대로 뇌전증의 원천이 되는 뇌 깊은 곳에 전극을 심고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발작 전 대비 70% 이상 발작빈도를 줄이고, 발작 강도를 약화 시킬 수 있는 신 의료기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뇌심부자극술은 개개인의 뇌 영역의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뇌를 자극해왔고, 이로 인해, 목표 신경조직이 아닌 다른 신경조직에도 불필요한 자극을 가해 통증이나, 불안, 우울감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또한, 전극의 배터리 소모량이 과다하게 증가하는 단점도 발생 됐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쥐 모델을 활용해 Sequential Narrow Field (SNF) stimulation이라는 새로운 자극방식을 고안했다. 측두엽 간질에서 가장 흔한 발작 시점인 해마체는 그 크기가 크고 길쭉한 형태인데 센서를 통해 발작이 발생하는 시점을 감지하고, 해마체에만 저강도의 뇌 자극을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SNF stimulation을 적용한 결과, 발작이 일어나는 시점을 정확히 감지한 후 즉각적인 발작증상의 완화가 가능했고, 발작시작영역인 해마 구조만을 선택적으로 자극하고 주변 신경조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따라서, SNF stimulation은 기존의 뇌심부 자극술보다 더 안전하고 유효한 방법으로 타 뇌질환으로의 확장이 가능한 생체전자기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의료 솔루션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의공학연구센터장) 손영민 교수는 “이 방식은 쉽게 임상 적용도 가능해서 앞으로 난치성 뇌전증 조절을 위한 최적의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포스텍 IT융합공학과 박성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난이도인 뇌자극술과 관련된 공학과 의학이 융합된 ‘미래형 융합의료솔루션 연구’로 더욱 정밀하고 개인화된 의료기기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며 “특히, 삼성서울병원과 협업해 임상에 적용이 가능한 매우 실용적인 공학기반의 의료솔루션이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이 연구는 STEAM 연구사업(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사업) 과제 ‘신경 항상성 불균형 난치성 만성질환의 극복을 위한 완전 자율형 뉴럴리셋 시스템 개발’ 및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개인 맞춤 지능형 전자약 개발’(연구중심병원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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