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포스텍 최시영 교수·고경준 씨·연세대 양세정 교수·한중훈 씨

조류독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과 인간이 싸워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미생물의 구조를 살필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 레벤후크가 17세기 처음 미생물을 단식 현미경으로 관찰한 이래, 지금까지 인간은 현미경을 통해 미생물을 관찰하고 다양한 생존 방법을 발견해왔다.

최근에는 전자빔(beam)을 이용해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크기의 미생물 세포나 구조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주사형 투과전자현미경(STEM, Scanning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은 시료의 구조는 물론 구조와 특성이 발현되는 상관관계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선구적인 현미경이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신소재공학과 최시영 교수·통합과정 고경준 씨, 연세대 양세정 교수·박사과정 한중훈 씨 팀은 머신러닝을 이용해 이 주사형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얻은 원자구조 영상을 1분 이내에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보다 작은 피코미터(pm, 1조분의 1m) 수준까지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또, 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능성 산화물 재료를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원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1억분의 1에 불과한 피코미터만큼 구조가 바뀌어도 물질 전체의 특성이 바뀌게 된다. 그 때문에 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기초는 물론 응용 연구에 있어서도 무척 그 가치가 크다. 특히 주사형 투과전자현미경은 수십 피코미터 분해능으로 원자구조를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분해능의 한계와 영상에 나타나는 잡신호(noise) 때문에 구조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데이터의 해석에 전문적인 지식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포스텍-연세대 공동연구팀은 머신러닝을 이용, 잡신호 제거와 원자 신호를 분리하는 과정을 학습시켜 서브픽셀(sub pixel·디스플레이의 가장 작은 단위, 가장 기본이 되는 색의 요소를 뜻하며 부분화소로도 불린다) 차원에서 이미지를 정량화해 원자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고안해냈다. 이 기법을 이용하면 현미경으로부터 얻은 원자 구조 영상을 단 1분 만에 피코미터 수준의 정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이 기술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의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계 산화물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성 산화물 재료를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기존 방식에 비해 정확도는 10% 이상 높아졌고, 소요 시간은 고작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네이처 자매지인 npj 컴퓨테이셔널 머터리얼스(npj Computational Materials)지를 통해 소개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