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이며, 원전 25기를 운영하고 있는 원전 강국이다. 아울러 원전은 국내 전력생산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기간산업이다. 2009년에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하여 한국형 원전(APR1400) 수출의 효시를 이루었다. UAE에 대한 원전 수출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수치로 환산해보면, 원전 4기 건설을 통해 20조원, 그리고 운영과 정비, 부품 공급 등으로 60년간 80조 원의 수출을 한 것과 맞먹는다. 원자력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안전문제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천재지변이 겹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일어나기 매우 희박한 사건이다. 환경론자들의 논리라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33개 국가에서 운영 중인 총 441기의 원전과 향후 17개 국가에서 짓게 될 52기의 원전 건설을 모두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과 관리는 항상 최우선의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형 표준원전(KSNP)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고 극찬한 점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전은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고, 탄소중립 2050 달성과 기후변화 대응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이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울러 원전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으로 반도체·AI·배터리 등 첨단산업과 더불어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시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외교·안보 중심의 한미동맹을 원전 분야를 포함한 ‘첨단기술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하였다. 특히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한미간 원전협력의 분위기가 더욱 성숙되었다는 증표이다. 다만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한국형 원전을 둘러싼 소송에 대해서는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한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은 APR1400의 원자력 시스템이 자신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나,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의 기술은 이를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35년 630조원으로 성장하게 될 세계 SMR 시장에 한미가 공동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 건이 원만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측의 대승적인 차원의 해결을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원전 설계와 건설, 그리고 운영에 필요한 전 분야에서 모든 지원이 가능한 압도적인 원전 수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원전수출산업화를 위해 한국 원전산업계의 협업체인 ‘팀 코리아’가 구성되어 있으며,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와 추진단이 원전 수출전략 수립과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각종 정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원전시장은 러시아가 원전 건설부터 자금조달, 연료공급, 사용후 연료수거(take-back)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최고 점유율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국가들의 대러 제재로 세계 원전시장의 공백이 발생하였으며, 조만간 중국이 세계 원전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한미간 원전협력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원자력과 우주기술을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기술인 ‘국격(國格)기술’이라고 부른다. 원전산업을 단순히 자급자족적 국내산업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팀 코리아’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원전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전, 한수원, 두산에너빌러티 등 48개 회원사들로 구성된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의 기능과 역할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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