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혜기자

아파트 회사들이 미분양 가구 수를 축소 신고해 온 사실이 본지 보도(7월 15일 1면)로 알려진 후 포항시청 홈페이지 '공동주택 분양 현황'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추가로 달렸다.

'흥해 삼도 뷰엔빌, 포항 양덕 대림 e-편한세상 1·2단지, 우현풍림아이원의 분양정보는 사업주체로부터 보안요청이 접수돼 공개하지 않습니다.'

보도가 나가기 하루 전, 분양 현황을 묻는 취재진에게 포항시청 건축과 공무원은 신고를 거부한 장성 두산 위브 더 제니스와 양덕 삼성 쉐르빌, 우현 금호 어울림을 꼬집었다.

이 공무원은 "시에서 공문까지 내려 보내 통계 자료를 요청했는데 이 회사들은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었다"면서 괘씸해했다.

포항시는 그러나 보도가 나간 15일, 그동안 게시해 온 삼도 뷰엔빌 등 아파트 3곳의 미분양 자료마저 곧바로 삭제했다.

급기야 미분양 수를 가르쳐 달라는 아파트 계약자들에게 "'건설회사에서 가르쳐 주지 말라'고 부탁해 알려 줄 수 없다"며 잘라 말했다.

포항시는 줄곧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아파트 미분양 수를 공개한다"면서도 "건설사가 숨기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제대로 파악하긴 어렵다"는 해명을 해왔다.

하지만 시의 애매한 태도에 아파트 회사들은 미분양 현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 팔기 쉬운 인기 동·호수를 나중에 내놓는 등 소비자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보도 후 만난 한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는 "(아파트가) 1, 2만원 하는 물건도 아니고 평생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데 회사편만 드는 포항시에 더 화가 난다"면서 "게다가 팔 할(80%)이 외지업체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포항시청 홈페이지에는 '포항발전과 시민여러분을 위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집무실이 아니라 민생의 현장에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포항의 모든 부분을 Up-Grade 시키는 플러스 원 포항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박승호 시장의 인사말이 게재돼 있다.

올렸던 자료를 지우는 것도 모자라 건설사 운운하며 시민들의 요구까지 거부하는 포항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공공기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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